
현대인의 생활에서 평일에 등교나 출근 시간에 맞추기 위해 기상 시간이 빨라지고 주말에는 상대적으로 기상 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흔히 보는 현상이다.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려면 수면의 총 시간이 줄어들게 되며 평일 내내 부족한 수면의 양이 누적된다. 주말에는 이를 보상하기 위해 수면의 양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이 둘 다 늦어지는 현상이 뒤따라오게 된다. 즉, 평일에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 휴일 아침에 늦게까지 잠을 자는 경우에 당일 밤 취침 시간과 다음 날 기상 시간이 모두 늦어지게 되며 일요일 밤의 취침 시간까지 더욱 늦어지기 십상이다.
월요일 아침에는 등교나 출근을 위해 일찍 기상해야 하므로 수면의 박탈과 아울러 생체리듬이 급격히 앞당겨지는 이중의 병리 현상을 겪게 돼 소위 '월요일 신드롬'을 유발하게 된다.
이와 같이 주말이 평일에 비해 수면을 취하는 시간대가 뒤로 밀리는 현상을 '수면위상 지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 뇌에 있는 생체 시계의 주기가 24시간보다 약간 길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우리가 주말에 시차가 있는 동쪽 지역으로 잠시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지내다가 다시 원래 지역으로 돌아오는 것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즉, 주말마다 실제로 여행을 가지 않으면서 여행 시차를 겪는 인체의 경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뢰네버그 박사는 이를 '사회적 여행 시차'(Social jet lag)로 정의했다. 이에 따른 주요 문제는 만성적 수면 박탈로 여러 가지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유발하는 것이다.
사회적 여행 시차는 인체의 생체 시계가 조절하는 내부의 시간과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외부의 시간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서 우리의 신체와 뇌에 스트레스로 작용,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량의 카페인을 섭취하거나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경우가 흔하다.
이 시차의 정도에 따라 이러한 건강을 저해하는 행동의 빈도가 비례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병리 현상들은 단지 보편적이라는 이유로 무시되고 있지만 카페인 과다나 흡연의 정도에 따라 심장 질환을 포함한 여러 가지 질환의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수면 박탈에 따른 주간 졸음으로 학습과 업무의 효율이 떨어지고 생체리듬의 교란으로 기분과 감정의 부조화가 나타난다. 특히 저녁형인 사람은 아침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사회적 여행 시차를 겪음으로써 이러한 신체적·정신적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동반된다.
또한 개인이 외부 시간과 관련된 사회적 요구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그 인격의 특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 간과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사회적 여행 시차를 온전히 없앨 수는 없으나 그 정도를 줄이도록 노력함으로써 개인의 건강 증진과 질병의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희 강원대병원 수면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