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은 대장항문 질환일 가능성
다친 일 없다면 대장항문외과 진료
진단 이상 없을시 척추전문의와 상담
의자에 앉을 때마다 깜짝 놀랄 만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어떤 질환을 가장 먼저 떠올리겠는가? 아마도 치질(치핵)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의외로 척추의 문제로 인해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필자가 진료를 하다 보면 매달 몇 명은 대장항문외과에서 검사를 받았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내원을 했다고 말한다. 이런 환자들을 검사해 보면 대개 '꼬리뼈'의 문제가 발견된다.
사람에게는 4~5개의 뼈 조각이 합쳐진 꼬리뼈가 존재한다. 퇴화되고 남은 쓸모없는 구조물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여러 인대와 근육이 연결돼 있어 골반을 지지하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꼬리뼈 주위의 근육은 출산과 배변에도 필수적인 만큼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다.
이 꼬리뼈가 어떠한 원인에 의해 정상보다 안쪽으로 말려들어갈 경우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이를 '꼬리뼈 증후군'이라 부른다. 주로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은 경우, 스키·스노보드처럼 엉덩이로 넘어지는 레저 활동을 즐기는 경우에 꼬리뼈가 손상돼 병원을 찾는다. 그나마 이렇게 다친 기억이 뚜렷하다면 여러 병원을 전전하지 않고 원인을 금방 찾을 수 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도 꼬리뼈 증후군이 발병한 경우 원인을 예상조차 하지 못해 오랜 시간 고통을 받곤 한다.
꼬리뼈는 단순히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사소한 습관이나 엉덩이를 쭉 빼고 앉는 잘못된 자세에 의해 미세하게 손상을 입는다. 손상이 지속되면 꼬리뼈가 변형되면서 통증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꼬리뼈 증후군이 발병하면 의자에 걸치기만 해도 깜짝 놀랄 만큼 심한 통증이 밀려온다. 심한 경우 걸어 다닐 때나 대변을 볼 때도 꼬리뼈 부근이 불편해 일상생활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만약 3~5일 정도 휴식을 취했을 때 자연스레 통증이 가라앉았다면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1주일 이상 통증이 심하다면 반드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꼬리뼈 증후군이라면 휴식을 취해도 낫지 않고 치료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꼬리뼈 증후군을 치료하려면 현재로선 직접적으로 교정해주는 방법이 유일하다. 항문으로 손가락을 넣어 꼬리뼈를 뒤쪽으로 빼주는 방법이다. 한 번에 교정을 하게 되면 통증이 매우 심하고 꼬리뼈가 다시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이므로 3~5회 정도 나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 주위 인대를 강화시키는 주사 치료와 병행하면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물론 항문·꼬리뼈 주위의 통증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질환은 대장항문 질환이다. 그러므로 특별히 다친 기억이 없다면 우선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를 찾아가 검사를 받아보고 진단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척추 전문의를 찾아 이상 여부를 판단해보길 바란다.
고도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