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형 인간'에 관한 사회적 이슈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아침 일찍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면 늦게 시작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아침형은 '종달새형'으로 새벽에 일어나 영어학원을 다닌다거나 운동을 하는 등 등교나 출근 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계획한 일을 일찍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이 돼야 학업 성적이 오르고 직업 수행능력이 향상돼 성공적인 삶을 이룬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통용되기도 한다. 우리 뇌 안에 있는 생체시계의 주기는 개인에 따라 24시간보다 수분 내지 수십분 짧거나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개인의 생체시계 주기의 길고 짧음에 영향을 받아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이 상대적으로 빠르거나 늦어지며, 이에 따라 아침형 또는 저녁형에 영향을 주게 된다.
실제로는 이 두 가지 리듬형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형이 가장 흔하다. 저녁형은 '올빼미형'으로 밤에 공부 또는 작업을 하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기상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듬형에 따라 취침시간이 다른 이유는 멜라토닌이라는 잠의 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되는 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인별로 리듬형이 다른 것은 어느 정도 유전적 소인을 갖고 있으며, 사회문화 또는 환경 등의 후천적 영향도 뒤따른다.
아침형-저녁형의 유전성은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최근에 강원대병원 수면센터를 중심으로 아침형과 연관된 PER1 유전자 다형성이 발견돼 2018년 생체리듬연구 국제학술지에 실린 바 있다. 이러한 유전적 소인을 고려하면 저녁형 인간이 쉽게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지 못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역시 힘들다. 아침형이 현대 사회에 잘 적응하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되므로, 생활 습관을 고치려는 훈련을 통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저녁형이 아침형으로 바뀌는 것은 무척 힘들다.
한편 개인의 일생을 통해 20세 경까지는 저녁형 경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므로 청소년이나 대학생 등 젊은 층에게는 올빼미형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이후에는 저녁형 경향이 점점 줄어 50대 이후부터 아침형 경향이 우세하다고 알려진 바 있다. 또한 소아 및 청소년기의 리듬형이 성인이 돼 바뀔 수도 있으나 노인이 되면 어린 시절의 리듬형과 다를 가능성이 적다고 최근에 보고됐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저녁형을 억지로 아침형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개인의 고유한 생체리듬 또는 연령대별 특성에 맞춰 학교 수업이나 직장 업무 스케줄을 조정해 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고교 등교시간을 상대적으로 늦추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며, 개인의 리듬형을 고려해 직장의 출퇴근 시간대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즉 자신의 선천적인 생체리듬과 수면-각성 스케줄을 일정하게 유지시킴으로써 낮의 각성도를 높이고 집중력을 강화해 학습과 일에 있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성공적인 삶의 비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정희 강원대병원 수면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