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문의 칼럼]“수술은 무슨, 나이도 많은데 그냥 살지뭐”

김환수 강원대병원 외과 교수

80세가 넘은 할머니가 가슴에서 뭔가 딱딱한 것이 만져진다며 병원에 오셨습니다. 초음파를 보니 유방암이 의심됐고, 조직검사를 했더니 유방암이 맞습니다. 추가적인 검사를 하고 수술을 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아프지도 않은데? 나이 80 넘어도 그런게 생겨?”

초음파에서 임파선 전이도 보이지 않고, 유방암은 3㎝가 조금 넘습니다. 검사를 자세히 해봐야 하겠지만 유방암 2기 정도 될 것 같아 치료를 잘하면 여생 동안 유방암 때문에 고생하시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술하셔야 해요. 수술이 많이 위험하거나 힘들지 않아요.” “됐어. 안 해. 수술은 무슨. 지금 아무렇지도 않구먼. OO야 가자.” 할머니는 막무가내로 그렇게 진료실 밖으로 나가시면서 같이 온 아들에게 소리치십니다. 환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억지로 치료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조용히 아드님만 다시 불러 치료하지 않으면 1~2년 내에 굉장히 힘드실 텐데 잘 설득해서 수술받도록 하시라고 당부합니다.

1년 반이 지나 그 할머니는 아들과 같이 다시 진료실에 들어섰습니다.

“아프지는 않은데, 피가 계속 나. 옷을 자꾸 버려서 귀찮아 죽겠어. 오른쪽 다리도 자꾸 부어서 걷기 힘들고 허리도 아파.”

암은 자라 피부 밖으로 튀어나왔고, 그곳에서 소량의 출혈이 지속적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리가 붓고 허리가 아픈 것은, 암이 뼈로 전이된 것 같았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를 했습니다. 유방암은 5㎝가 넘게 커져 있었고, 전신의 뼈 곳곳에 전이된 암이 보입니다. 유방암 4기입니다.

크기가 작은 조기 유방암의 경우 치료를 받으면 5년 생존율이 90%가 넘습니다. 하지만 유방암이 크기가 작을 때는 대부분 증상이 없습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이유입니다. 유방암이 자라서 3기가 되면 5년 생존율이 75%,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의 경우 34%로 급격히 낮아집니다. 따라서 정기 검진이 중요하며, 진단 즉시 치료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유방암 수술은 고령에 시행받기에도 부담이 적은 수술 중 하나입니다. 출혈이 거의 없고 수술 시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며, 수술 후 거동에 불편함이 없고 식사 또한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보존적 유방절제술(유방을 다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암이 있는 부분만 절제하는 수술, 주로 암의 크기가 작을 때 시행) 및 감시임파선절제술(겨드랑이에 있는 임파선을 전부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수의 임파선만 절제해 전이 유무를 확인하는 수술)을 시행하게 되면 수술 후 1, 2일 내에 퇴원도 가능합니다. 또한 최소한 2년에 한 번 국가에서 시행하는 검진을 빠짐없이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이 있다면, 특히 혹이 만져진다면 빨리 전문의와 상의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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