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정희 교수의 수면과 생체리듬]간·심장·근육에도 `시계 째깍째깍~' 리듬 깨지지 않도록 예방

(1) 생체시계 무엇을 조절하나

생체리듬은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틀로서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인체에 '생체시계'가 존재해, 외부의 빛 자극이 없어도 내인성 리듬이 지속된다는 것은 19세기 식물학자 캔돌이 24시간보다 짧은 주기의 생체시계가 존재함을 주장해 가시화됐다.

그러나 이 시계가 어디에 존재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밝혀지기 시작했다. 생체시계에 의해 조절되는 생체리듬은 신체 리듬, 감정 리듬, 지적 리듬에 영향을 주게 되며, 이 세가지 리듬이 어떤 상호 관령성을 갖는지에 따라 개인의 매일 매일의 경험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고 이러한 변화의 규칙성이 사라지게 되면 때로 질병의 신호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인체의 생체시계는 뇌의 시상하부에 존재해 일주기 리듬의 핵심 조절 장치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는 간, 심장, 근육 등 말초 기관에도 생체시계가 존재해 각각의 독립된 리듬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러한 리듬들의 상호관계가 깨어지는 비동기화 현상이 일어나면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불면증, 주간졸림증 등의 수면장애, 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의 정신 질환,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대사성 질환을 비롯해 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과 악화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한 리듬들의 주기는 24시간에 가깝게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눈에서 뇌의 생체시계로 전달되는 경로를 통해 '빛'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빛 외에도 운동, 음식, 호르몬 등이 일주기 리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인에게 일주기 리듬의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정상적인 시간을 맞추기 어렵게 되고 직업 및 학업 등에 지장을 초래해 정서적 문제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를 예방하고 조기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생체리듬을 변화시키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또한 빛을 통해 생체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수면장애를 치료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수면제 등 약물 복용을 통해서만 수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부작용과 합병증의 문제로 인해 개인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흔히 있다. 생체리듬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는 우리의 신체 및 정신 건강 관리에 필수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희 강원대병원 수면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정희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며 미국 수면의학 전문의로서 미국 하버드의대 수면의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대한수면학회 회장, 한국노년신경정신약물학회 이사장, 2015년 세계수면학회 공동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2000년 강원대병원에 부임한 이후 수면장애 진료 및 임상연구에 매진해 왔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