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강원포럼]엇갈린 북미회담과 강원도의 길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북한과 미국 간의 두 번째 만남이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의 특별한 관심이 집중되었던 하노이 회담이 최종 서명 직전에 중단된 것이다. 이번 회담의 성과에 굳이 의미를 둔다면 북한과 미국 간에 가로 놓인 기대와 현실의 거리를 확인한 것뿐이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기적 만남의 기회가 무산된 허망함이 한반도를 무겁게 감싸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가장 기대했던 강원도의 허전함은 더 진하다. 당장 강원도가 앞장서 왔던 남북교류와 신한반도 평화경제의 출범을 향한 핵심 사업들의 추진 일정도 지연되었다. 한반도와 유라시아의 철도 연결, 설악~금강~원산을 연결하는 세계적 관광벨트 조성, 한반도~중국~러시아~일본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아 에너지 네트워크의 추진도 당분간 경제제재의 벽을 넘을 수 없게 되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강원도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국가적 비전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생존 전략의 중심에 있다. 냉전의 해체와 평화체제로의 이행은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의 교류협력을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강원도가 새롭게 열리는 세계적 경제, 사회, 문화 교류의 거점이 될 기회가 이 비전에 포함되어 있다.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 전체와 이어지는 거대한 교류협력의 중심으로 강원도가 진입할 때 강원도의 지정학적 지위는 일거에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 정상 간의 만남이 구체적인 결실 없이 끝난 것이 도민의 실망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강원도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여정을 앞장서서 추진해야 하는 이유 또한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강력하게 주창한 ‘신한반도 체제’의 구상에서 강원도는 평화 체제 전환을 선도하는 견인 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반 세기를 넘어 고착된 냉전과 단절의 공간을 고스란히 품은 유일한 분단의 지역이 강원도이기 때문이다. 민족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실향민 마을과 이산가족의 재결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 역시 강원도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물론 세계를 향한 평화와 교류협력 경제의 중심에 항상 강원도가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전 3월1일에 우리 조상들의 독립선언은 민족의 독립과 평화적 공존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끌어 올린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모든 민족들이 독립과 평화 속에 교류와 협력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공감대가 흔들린 적은 없었다. 전쟁의 참화와 반세기를 넘어 지속되는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을 극복하고 평화체제로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역사적 기억부터 시작해서 미래의 가치와 영혼의 공감대를 다지고 확인해야 한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는 3.1운동에서 우리 조상들이 천명한 유일한 인류 보편의 꿈과 맞닿아 있다.

 평화를 위한 여정은 길고도 어렵다. 그 과정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대결과 고립으로 회귀하려는 유혹은 악마의 꼬임보다 더 달콤하다. 산의 정상에 모였을 때 사람들은 하나일 수 있지만, 하산의 길을 달리할 때 영원히 만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대결과 고립을 선택할 것인가, 평화와 교류의 길로 들어설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 갈림길에서 대결의 유혹이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의 교류 없이 세상의 평화는 찾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교류가 없는 단절의 사회에서는 높은 기득권의 성곽과 더 긴 대결의 장벽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기득권의 성을 쌓고 대결의 장벽을 키우는 선택은 어리석은 역사의 반복일 뿐이다. 체제의 붕괴와 문명의 쇠퇴는 외부의 충격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전에 항상 외부와 단절된 기득권의 붕괴가 먼저 일어난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초한 고립은 그들의 아성을 당장 지켜줄지 모르지만, 모두를 위한 항구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회가 교류하고 서로 의존하는 길을 여는 것만이 민족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의 역사적 회담이 다시 중대한 기로에 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모두가 비관하는 어둠이 몰려올 때 희망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여기저기에서 돌파구를 향한 몸부림이 필요하다. 남북대결과 냉전체제의 상징 공간인 비무장지대와 군사적 대립의 공간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방안을 찾아내고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이어갈 세계적 평화올림픽을 착실히 준비하는 것이 강원도가 할 수 있는 평화를 위한 여정의 제안일 수 있다.

 강원도를 관통해서 유라시아로 이어지는 철도와 에너지 수송의 경로를 준비하는 것 또한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강원도가 남북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신한반도 평화경제와 세계평화를 위한 문화와 학술 교류를 이끌어가는 사업도 필요하다. 당장 물자와 경제적 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들이 나서는 학술과 문화교류도 모색해 보아야 한다. 대결에서 평화로, 단절에서 교류로 결단의 시점에서 전환의 길을 여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 지금이라면 강원도가 기꺼이 그 책임을 자임해야 할 것이다.

라이프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