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공시지가 상승률 11.9% … 지방세 수입 4년새 두배 늘어
양양 부동산 거래량 급증 … 서핑 등 관광경기도 크게 활성화
인제 공시지가 상승률 절반 그쳐 … 일일 교통량 5천대 줄어
홍천 국도변 상가 생존 내몰려 … 내촌IC 인근 관광지는 특수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1년을 맞아 속초와 양양 등 영동북부권은 건축 붐 등 개통효과를 보는 반면 기존 교통로인 국도 44호선의 홍천과 인제 지역은 실직 등 도로 주변 상권이 급격히 침체되는 등 지역마다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속초=고속도로에 서울~춘천 간 동서고속철도까지 국가재정사업 추진이 확정되면서 토지 거래량이 늘고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전국 평균이나 도 평균을 밑돌던 속초시 개별 공시지가가 올해 무려 11.19%로 상승, 도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토지 거래량도 2015년 1,237건에서 2016년 1,610건, 지난해 1,849건에 달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아파트 단지, 숙박시설 등 대형 건축물에서 100㎡ 이하의 주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 인허가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 2014년까지 연간 건축물 인허가 건수는 200건 안팎이었으나 2015년 393건, 2016년 391건, 2017년 420건으로 3년 사이 두 배가량 껑충 뛰었다. 이로 인해 속초시 지방세(시·도세) 세입은 2014년 566억9,700만원이던 것이 2015년 624억7,400만원, 2016년 864억3,200만원, 2017년 968억4,400만원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대형 건축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분진 피해와 일조권, 조망권 침해 등 환경 민원도 급증했다. 또 시민의 삶의 질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졌다.
■양양=양양군 땅값은 지난해보다 평균 10.46% 상승해 도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표준지공시지가 양양지역 내 토지 총 11만5,022필지(사유지 7만849필지, 국공유지 4만4,173필지) 상승률은 10.46%로 전년 상승률 4.97%와 비교해 두 배가 넘었다. 전국 평균 상승률 6.28%와 도 평균 7.01%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읍·면 지역별로는 강현면이 12.52%로 가장 높고 손양면 11.90%, 현북면 10.48% 순이었다.
공통주택 신축이나 분양 등의 건축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 또 서핑 등 해양레포츠를 기반으로 관광경기가 크게 활성화된 측면도 있다. 2015년 3,906건이던 부동산 거래는 고속도로 개통 전인 2016년 4,044건(토지 2,969, 건축물 1,075)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5,363건(토지 3,820, 건축물 1,543)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늘어난 관광객이 당일치기 여행객 위주여서 체류형 관광객으로 돌리기 위한 지자체 등의 노력이 시급하다.
■인제=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이후 피해가 극심한 북면 용대리의 경우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이 2.833필지 4.14%로 인제군 전체 평균 8.89%의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성을 방증했다.
지역별로는 인제IC가 가까운 상남면이 17.39%로 가장 높았고, 인제읍 10.93%, 기린면 8.58%, 남면 6.10%, 북면 4.83%, 서화면 4.48% 순이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국도44호선 인제읍 구간은 2016년 일일 교통량이 2만1,715대갸량 오갔으나 서울양양선이 개통한 지난해에는 1만6,677대로 6개월 사이 5,000대 이상 줄었다.
최근 도와 인제군은 국도 44호선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도 44호선변의 건물과 토지 등은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이후 가치가 급락한 상태다. 인제지역 한 부동산사무소에 따르면 북면 용대리 도로 인근 약 6,000㎡의 토지가 3.3㎡당 20만원에 시장에 나왔지만 거래는 없다. 용대리 지역 캠핑장 일대 시세가 3.3㎡당 평당 80만원에 거래되던 시절에 비하면 고속도로 개통 이후 가치가 매우 위축된 셈이다.
■홍천=홍천지역 국도변 상가와 관광지의 변화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고속도로 개통후 내촌IC를 통과해 홍천으로 진입한 차량은 올 5월24일 현재 12만6,245대다. 하루 평균 430여대가 내촌IC를 통해 홍천에 들어왔다.
이로 인해 내촌면의 기미만세공원과 물걸리사지(寺址), 서석면의 동학혁명군 전적지와 동창보수로 등을 찾는 외지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
고속도로 홍천휴게소에 마련된 '로컬푸드 행복장터'의 경우 한 달 평균 6,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지역 농특산물 판로도 열렸다.
반면 국도 44호선 주변 상가는 개점휴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양강휴게소, 두촌휴게소의 경우 주말에도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을 정도다. 고속도로 개통 전에는 빈자리가 없었으나 요즘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고속도로 홍천휴게소에 차량이 몰리면서 음식점 코너가 북새통을 이루는 것과 대조적이다.
화양강휴게소에서 16년째 관리이사로 일한 김모(72)씨는 “매출이 급감해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든 지경”이라며 “최근 먼저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장기영·박기용·고달순·김천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