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전 병원서 진단 받고 충격
남다른 헌신 통해 성장 도와
자격증 취득 물론 대학진학 앞둬
“단지 조금 늦을 뿐 희망의 빛 봐”
“넌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단지 조금 늦을 뿐이야.”
대안학교인 링컨하우스 원주스쿨에 다니는 이민섭(18)군은 최근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이군은 초교 시절 각종 수영대회에서 메달을 휩쓴 것을 비롯, 전교 어린이회장, EBS TOSEL(영어능력인증시험)의 고등급과 ITQ(정보기술자격증)를 취득했다. 단지 남과 다른 점이 있다면 IQ 50에 사회성과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자폐성 2급의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아버지의 남다른 헌신이 있었다.
이군의 아버지인 이상훈(46) 횡성 성북초교 교사는 10여년 전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의사들은 '많이 배워야 4학년 이상 공부는 불가능하고 자폐는 완치된 사례가 없다'며 아들을 포기하라고 했다.
이 교사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던지는 아들을 볼 때마다 좌절했다”며 “그러던 중 늘어나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자폐성 발달장애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수아 심리 및 아동심리를 중심으로 전문상담 1급 정교사 자격을 따고 독서치료에 대한 대학원 논문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아들의 행동을 관찰하게 됐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이 교사는 “TV, 게임 등 좋아하는 것에는 뛰어난 집중력과 학습 능력이 있었다”며 “지금까지 장애인이라는 선글라스를 끼고 바라봤기 때문에 아들이 장애아동으로 자란 것이었다”고 했다.
리모컨 사용법을 시작으로 심부름, 운동, 젓가락 사용법 등 정상적인 아이들이 며칠이면 이해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이군에게는 몇 개월, 몇 년이 걸렸다.
이 교사는 “젓가락 사용법을 배우는 데 1년 넘게 걸렸지만 '단지 조금 늦을 뿐'”이라며 “절망의 기나긴 터널 끝에서 희망의 빛을 보았고 기다림과 반복 훈련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링컨스쿨에 120명 중 49등으로 입학했던 이군은 올해 고교과정을 평균 92점으로 졸업했다.
이 교사는 “우리나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병원에서 '공부는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던 아들이 지금 그 이상의 공부를 하고 있다”며 “끝까지 기다려 주면 아이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주=김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