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화재 이어 경남 밀양 대형 화재
소방점검 결과 '개선 권고'로는 재발 못 막아
동계올림픽 목전, 불안 요인부터 다잡을 일
경악스러운 참사다. 26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40명 가까이 사망했다. 사상자가 100명이다. 중상자 가운데 10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한다.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끔찍하지만 되짚어 보면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는 사고여서 더 참담하다.
뉴스를 통해 전해진 화재현장은 온통 처참하다. 아비규환이 직감됐다. 건물 구조물은 뼈대만 앙상하고 바닥에는 재가 더미를 이루고 있다. 화재에 취약한 건축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더 참혹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건물, 공간 구조에서 병원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확한 발화 원인은 정밀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응급실에 달린 탈의실에서 처음 불길이 솟았다고 한다. 이런 곳에 인화 물질, 화기가 있었던 것도 그렇지만 부주의, 화재 불감증을 직감하게 한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소방 당국이 도착했을 당시 이미 건물이 연기에 휩싸여 있었다고 한다. 당직 의사와 간호사 등이 화재로 사망했을 정도다. 게다가 소방 당국의 화재 진압, 인명 구조 활동도 그야말로 우왕좌왕이었다. 사망자 수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각종 사고에서 충분히 노출됐듯 관련 법과 제도, 운영 및 관리감독 실상, 안전 점검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누적돼 있는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사고임을 부인할 수 없다. 제천 스포츠시설 대형 화재 발생이 불과 한 달 전에 있었고 보면 화재 불감증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온통 얼어붙다시피 한 한파로 화재 위험이 부쩍 높았다. 계속된 강추위로 난방 수요가 급증, 전력 수요 감축 요청이 3일 연속으로 발령됐던 탓이다. 홍천 내면지역이 영하 27도로 수은주가 내려갈 정도여서 전열기 사용이 일상화됐다. 화재 방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뭐니 뭐니 해도 예방조치, 인화 요소·요인에 대한 사전 점검이 최선이다. 소방안전법을 비롯한 화재 방비·대처에 관련 법을 생활 패턴에 맞춰 강화해야 한다. 소방점검을 하고 나서 개선 명령이 아닌 권고를 하는 정도라니 답답하지 않은가.
정부가 즉각 위기관리센터 가동에 돌입했고 대통령은 긴급 수석보좌관 회의를 소집,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사고 수습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적 재발방지책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에 대한 숙고가 있어야 한다. 더 불안한 것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다. 이미 성화가 도내 시·군 지역을 순회하고 있다. 여기에 올림픽 관련 공식 행사들이 속속 막을 올리고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한순간의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진다는 점을 늘 곱씹어야 한다. 추위와 전쟁을 벌여야 하는 일이어서 세심한 화재 방지조치가 요구된다. 특히 북한 선수단·예술단·응원단이 묵는 숙소는 기본이고 이들이 곳곳에서 활동하는 관계로 안전대책을 각별하게 챙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