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전문의칼럼]美 메이요클리닉의 `환자 중심의 진료 철학'

황정택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짧은 역사에 비해 가히 세계 반열에 오를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수술하고, 지능형 AI와 바둑을 두는 세상이니, 앞으로의 의료계에 불어올 혁신적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의료의 선진국인 미국 내에 5,000개의 의료센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병원종합평가에서 2016 최고의 병원으로 선정된 '메이요클리닉'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병원이다. 12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의료기관으로 미국은 물론 세상에서 사랑받는 의료기관으로 사람들에 각인돼 있는 이유는 뭘까?

2016년 1월부터 1년 동안 메이요클리닉에서 전공분야인 어깨 및 팔꿈치관절에 대한 연수가 계획된 후부터 몇 개월 동안 설렘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비행기가 날고 있을 때쯤, 나의 설렘은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메이요클리닉은 미네소타주 남쪽 로체스터라는 인구 10만가량의 소도시에 있는 병원이다. 춘천시 인구가 28만명임을 감안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메이요클리닉의 설립자인 메이요 박사는 환자 중심의 진료를 핵심가치(The needs of the patient come first)로 두고 병원 운영철학으로 삼았다. '모든 환자가 병원 문을 들어서는 순간 메이요의 치료는 시작,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 이 말은 환자와의 관계, 그리고 환자가 우리를 왜 찾아왔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의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했다. 나의 연수를 도와준 교수는 어깨 및 팔꿈치 관절치료에 있어서 세계적인 권위자임에도 불구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나를 안아주며 “웰컴”을 외치는 순간 우리의 경직된 문화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 '드디어 도착했구나.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전환점을 마련해 준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춘천시와 엇비슷한 환경의 지역에서의 세계가 찾는 '메이요클리닉'. 서울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우리나라의 의료문화를 보면, 의사로서 나부터 이런 환경을 탓하고만 있는 건 아닌지, 나를 찾아 온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새삼 던져보게 된다.

영국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미국에 온 메이요 박사가 미국에서 의대 교육을 받은 뒤 미네소타의 로체스터로 옮겨 와 정착하고, 훗날 의사가 된 두 아들과 함께 메이요클리닉을 탄생시켰 듯이, 나도 나의 동료, 그리고 미래의 내 자녀들과 로체스터와 유사한 주변 환경을 가진 춘천시에 이러한 임상 및 연구 중심의 의료기관을 조성해 보는 멋진 꿈을 꿔본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