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을 곱게 하고 머리칼을 단정하게 빗은 할머니 한 분이 진료실에 찾아오셨다. 지난주에 유방에 만져지는 멍울이 있어서 조직검사를 하셨던 84세의 여자 환자였다. 결과는 안타깝게도 유방암. “약간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사실은 3개월 전에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 혹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수술은 안 하고 싶어요. 이 나이에 민망하게 유방암은 뭐며, 더 살아서 뭐하겠어요.”
그렇게 한 달을 고민하던 할머니는 다행히 수술을 선택하셨고, 수술 결과 2기 유방암으로 판정되었는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건강하게 삶을 지속하고 있다.
의학의 발달 및 생활습관의 개선으로 인해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비율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은 40~50대 연령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빠른 고령화와 함께 유방암 환자의 연령 또한 증가하게 되면서 노인 유방암 환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고령환자에서 발생한 유방암은 여러 가지 원인에서 불량한 예후와 연관된다.
증상이 발생한 이후 진단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고, 그 결과 진단 시 병기가 높은 경향이 있다고 보고 되고 있으며, 선별검사를 받는 비율이 낮고, 다양한 동반 질환으로 인해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고령 환자의 특성상 사회경제적 여건, 의료에의 불균등한 접근성도 큰 원인을 차지한다.
고령의 유방암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고령인 점과 동반된 내과적인 질환으로 인하여 수술 및 마취, 수술 후 보조치료를 기피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치료 결과는 일반적 인식과는 다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고령환자의 1차 병소의 치료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10년 동안 70세 이상의 유방암 환자를 치료한 연구에서 유방암 수술로 인한 합병증과 사망률은 없었다고 보고하고 있고, 필자의 경험도 동일하다. 고령환자 중 조기 유방암 환자는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2기 이상의 진행성 유방암에서는 수술 후 보조치료, 즉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등이 필요할 경우가 있다.
과거에는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암이나 방사선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는 환자의 상태를 살펴 수술 후 보조치료를 시행하는 예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노인학회 임상실행위원에서는 유방암에 대한 선별검사로 75세까지 매년 또는 2년마다 유방촬영술을 시행하고, 생존예측 기간이 4년 이상이라면 2년 또는 3년마다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나라 고령 여성도 유방암 검진은 필요하며 이를 통해 노인 환자에게서 유방암 관련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그리고 진단된 유방암에 대하여는 질병의 생물학적인 특징과 함께 환자의 전신 상태, 생리적 기능, 동반질환 등 다양한 요소를 포괄적으로 평가하여 적극적인 맞춤 치료를 실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