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동전 한 푼 / 내 맑은 눈물로 눈물로 씻어 / 내 마음의 빈 그릇에 담아 / 당신 앞에 드리리니(…)더욱 풍성히 풍성하게 쓰이리니.' 김현승 시인의 '사랑의 동전 한 푼'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가 차디찬 겨울 거리에 다시 등장했다. 보잘것없는 푼돈에 불과한 동전 한 푼, 그러나 그 누군가에는 위로의 힘이 되는 사랑의 동전으로 전해질 것이다.
▼자선냄비는 1891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항구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당시 배 한 척이 조난당하자 이 지역에서 구세군으로 활동하던 조셉 맥피 사관이 뱃사람들의 추위와 배고픔을 덜어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선박에서 선원들이 쓰는 큰 솥을 들고 나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이 국솥을 끓게 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지나가던 주민들의 큰 호응으로 순식간에 큰 솥은 지폐와 동전으로 가득 찼다. 조셉 사관은 이 돈으로 선원을 돕고 추위에 떨던 포구 사람들에게 수프를 끓여 줬다고 한다.
▼자선냄비를 운영하는 구세군은 1908년 영국인 선교사 로버트 호가드(한국명:허가두) 사관이 서울 종로에 교회를 세우고 선교를 시작했다. 자선냄비는 우리나라에 흉년과 수해가 발생한 1928년에 스웨덴 출신 조셉 바(한국명:박준섭) 구세군 사령관이 연말 서울 종로에 가마솥을 내걸어 848.67원을 모은 것이 효시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는 자선냄비의 모금액도 2000년 17억9,000만 원에서 매년 급상승해 2012년에는 51억3,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한파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난방도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겨울이 시련의 계절이다. 작은 사랑의 동전 한 푼이 이 세상 모든 황금보다도 풍성하게 쓰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자선냄비에 숨은 천사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도 자선냄비에 한 푼 한 푼이 채워지는 기적의 빨간 램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병수논설주간·bschoi@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