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고 경험한 소방공무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
우울장애도 앓아 … 공포와 불안에 정상적인 생활까지 어려워
함께 출동한 동료 현장서 잃은 경우 정신적 후유증 가장 심각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생존자와 실종자는 물론 구조작업에 나서고 있는 잠수사 등이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도내에서도 소방관 등 재난재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종사자들 중 일부도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국립춘천병원이 지난해 도내 소방공무원 2,137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진을 실시한 결과 96명이 큰 사고나 재난·전쟁 등을 경험한 후 공포와 불안을 떨치지 못해 정상적인 생활까지 어려움을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거나 우울증세를 보였다. 이 중 PTSD 고위험군은 55명이었고 41명은 우울증이었다. 2차 정밀검진을 통해 이들 중 7명은 PTSD 확진 판정을 받았고 3명의 소방대원도 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담 결과 이들의 고통은 모두 현장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건강검진을 담당한 국립춘천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119구조대원 영월에서 실종된 어린이를 찾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던 일, 2008년 동해에서 화재 진압 중 소방대원이 순직했던 일 등 현장에서 동료를 잃은 경우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또 2011년 봉사활동 중이던 인하대학생 등 13명이 숨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산사태 당시 구조에 나섰던 대원들도 일부 후유증을 호소했다.
사고 현장의 희생자가 학생 또는 어린이인 경우나 함께 출동한 동료가 순직한 경우에 구조자들의 정신적 후유증세도 크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PTSD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라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태숙 국립춘천병원 공공정신보건사업단 부단장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 봐 마음속의 병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라며 “일상에서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서라도 제때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기영기자 answer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