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다”

각종 재난현장서 발 벗고 나선 주민들 세상의 빛 밝혀

공장 인근 산불 목격한 뒤

직원들과 뛰어가 초기 진화

다리 지나던 중 투신 발견

구명부표 던져줘 구조 도와

축구하다 심장마비 40대

기적적으로 살린 응급구조사

새벽에 편의점 간도사건

범인 검거 일조한 택시기사

“희망을 버리기엔 세상은 아직 따뜻합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아쉬운 초동대응으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해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지만 각종 재난현장에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나서는 주민들이 많아 또 다른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주)피피이씨춘천 공장장인 박동훈(47)씨는 지난 3월7일 오후 1시37분께 춘천시 서면 당림리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난 것을 목격하고는 즉시 119에 신고한 후 공장 직원들을 동원, 소화기 10여대를 활용해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초기진화를 했다.

당시 현장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자칫 박씨 등이 화마에 휩싸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형 산불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했다. 박씨는 최근 춘천소방서에서 이같은 공로로 도지사 표창장을 받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태(41·춘천시 우두동)씨도 귀중한 한 생명을 살렸다. 지난 3월3일 오전 11시46분께 춘천시 우두동 소양1교를 지나던 중 강으로 투신한 A(51)씨를 발견하고는 119에 신고하고 구명부표를 던졌다. A씨는 그 구명부표를 잡고 버텼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김씨도 모범시민상을 받았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에서 1급 응급구조사로 근무하는 강희암(32)씨는 지난달 5일 양구에서 열린 축구대회 경기 중 갑자기 쓰러져 사실상 사망상태로 접어든 김준수(44·양구군)씨를 심폐소생술 등으로 기적적으로 구해냈고, 택시운전기사인 이영재(52)씨는 지난 3월22일 새벽에 발생한 편의점 강도사건을 직접 목격하고 범인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사건이나 재난재해 현장에서 정작 본인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에도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는 시민들을 보면서 경찰 등 공무원들은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러한 용감한 시민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했다.

강경모기자 kmrive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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