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르포 현장을 가다]교통사고부터 고양이 구조까지 9차례 응급출동

촌각 다투는 119구급대 15시간 동행 취재

다행히 사망자 없어 운 좋은 날

어깨통증 호소 40대 남자

병원 가는 내내 반말 술주정

"이 정도면 양호, 안맞으면 다행"

“구급출동! 구급출동!”

12일 오전 4시42분. 춘천소방서내에 다급한 방송이 나왔다. 교통사고 발생 신고였다. 1층 대기실에 있던 4년 경력의 조효진(여·29) 구급대원이 지령지를 인쇄해 30초 만에 구급차에 올랐다.

춘천시 동면에서 발생한 차량 충돌사고 현장에는 20대 여성이 크게 다쳐 도로에 쓰러진 채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이었다. 이 여성을 구급차에 태워 응급처치를 하면서 병원으로 향했다. 이송시간 12분. 의사는 진료 후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다는 진단을 했다. 다행이었다.

11일 오후 6시부터 밤을 꼬박 새고 다음 날인 12일 오전 9시까지 근무를 서는 구급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전날 오후 7시27분 놀이방에서 놀던 어린이가 팔이 골절됐다는 부모의 신고로 근무 첫 출동을 한 후 크고 작은 응급상황이 9차례나 있었지만 다행히 이날 사망자는 없었다. 조 대원은 “운이 좋은 거죠. 대형 교통사고라도 나는 날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취자로 인한 불편한 상황은 이날도 어김없이 발생했다. 오후 10시21분께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40대 남성의 전화를 받고 재빠르게 현장에 도착했지만 정작 이 남성은 잔뜩 술에 취해 제 발로 구급차에 올라탔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계속 반말로 술주정해댔다. “내가 소방서에 000를 잘 아는데…너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아, 팔아파…똑바로 해!” “예, 알겠으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돌아오는 길에 기분 나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남돈(32) 대원은 “이 정도면 양호한 거예요. 안맞으면 다행인 거죠”라며 웃었다.

이날 구급1팀은 교통사고 환자와 낙상 등으로 인한 부상자 이송, 고양이 구조까지 출동했다. 오전 9시 교대를 앞두고 대원들은 차량 점검 및 청소를 했다. 일부 구급차량은 환자의 피 등으로 범벅이 되기도 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씻어내고 다음 근무자들과 인수인계를 마쳤다. 고작 15시간 동안 이들과 함께 근무(?)하고 돌아왔지만 기자의 귓가에는 소방서 안내방송 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이 소리를 현장에서 매일 듣는 구급대원들은 어떨까. 이날 새벽녘 조 대원이 한 말이 생각났다. “퇴근해도 비상출동 소리가 자꾸 들려요. 직업병이죠, 뭐.”

어디선가 119구급차량의 출동 사이렌이 들려왔다. 이건 실제상황이었다. 그들은 또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지혜기자 wis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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