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민들 생존권 위협에 반대, 양측 물리적 충돌위기까지
국민행동본부(대표:서정갑)가 천안함 1주기를 맞아 지난 26일 철원 백마고지에서 실시하려던 대북전단 날리기 행사가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이날 오전 11시 백마고지 인근 대마리 마을 입구는 국민행동본부 관계자의 출입을 막기 위해 마을 청년 등이 몰고 나온 트랙터와 트럭 등으로 봉쇄됐다.
국민행동본부와 관련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오후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날 대북전단 600만장을 북쪽으로 날릴 예정이었으나 대마리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결국 전단살포를 포기했다.
또 대치하는 과정에서 한때 흥분한 주민과 단체 회원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 한종문(42)씨는 “오늘 뿐 아니라 지난 18일에도 군부대 측으로부터 민통선 밖으로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제 영농철인데다가 북한이 언제 조준사격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절대 전단 날리기를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당 부대에서는 통상 일몰 전까지 허용된 출입영농 시간을 대폭 단축해 이날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오전 10시께 모두 밖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마리 이주 1세대라고 밝힌 한 농민은 “보수단체들이야 행사 한번 하고 가면 그만이지만 이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계속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대북 심리전을 위한 국가정책에 따라 과거 아무도 오지 않던 대마리에 들어와 지뢰에 목숨까지 잃으며 삶의 터전을 일궜다”며 “어떻게 우리보고 애국심이 없다고 하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주민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늘이 46명이 전사한 날이어서 대북전단을 날리는 행사를 열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당한 집회를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으며 순수한 농민이 아닌 사람도 이자리에 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민들의 저지로 백마고지 행을 포기한 국민행동본부 측은 인근 옛 노동당사 광장으로 옮겨 기자회견 형식을 통해 대북전단 날리기 행사의 취지를 설명한 뒤 오후 4시께 돌아갔다.
철원=김준동기자 jdkim@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