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주말 엔터]한강기맥을 찾아서(4)신당고개~밭배고개

낙엽에 가려진 부드러운 그 속살이란...

국토의 동서를 가르는 백두대간 오대산 두로봉에서 갈라져 나와 북한강과 남한강의 수계를 이루며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한강기맥은 강원도의 보물이다.

웅장한 산세와 명산들이 즐비한 한강기맥은 춘천·영월·성지지맥이 분기해 눈부신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강원일보사는 눈부신 보물 한강기맥을 도민은 물론 국민에게 알리고 소중한 우리의 산림을 보전하기 위해 한강기맥 일부 구간을 탐방 보도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지난 5월 평창·홍천에 걸쳐있는 운두령∼계방산 구간을 시작으로 홍천과 평창, 횡성의 경계지점을 지나는 구목령∼덕고산, 홍천·횡성지역의 화방재∼응곡산, 홍천·경기 양평 신당고개∼밭배고개 등을 끝으로 4개 구간을 탐방했다.

바람소리에 낙엽이 아는체 한다

사그락∼바스락∼사그락∼

그 음률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만나니

>> 늦가을 산행의 백미

가을이 끝나가는 길목에는 낙엽이 온 산을 이루고 있어 온 산하가 갖가지 색을 발하고 있기 마련이다.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를 이루는 홍천군 신당고개∼밭배구간은 세월의 흔적을 따라 흘러가 듯 낙엽을 밟으면 가을향과 함께 발걸음이 흘러간다.

인적을 찾기 어려운 이 구간에서는 낙엽이 친구다.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만들어낸 빛나는 낙엽산행이다.

종종 부산이나 대전 등에서 한강기맥을 종주하는 등산객들이 남기고 간 노란 리본이 반갑다.

리본은 산행에 있어 등대와 같은 존재다.

예전에는 등산로의 나무에 꽁꽁 묶어두기가 일쑤였지만 이제 산객들은 나무가 아프지 않도록 배려하느라 살짝 얹어 놓는 경우가 많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 보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바람소리에도 낙엽은 슬며시 아는 체를 하곤 한다.

사그락∼ 바스락∼ 낙엽의 음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능선 곳곳은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있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발마저 포근하게 감싸주는 낙엽위에서 듣는 오카리나의 은은한 소리향은 그야말로 천국에서의 하루다.

오카리나를 배운 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숲해설가 배정애씨는 “서울에 살면서 늦가을이 되면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낙엽과 낙엽으로 가려진 부드러운 속살을 보고 싶기 때문”이라며 “낙엽위에 살포시 앉아 오카리나를 연주할 때면 세상도 너무 아름답기만 하다”고 말했다.

누가 이곳을 한강기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라 말하겠는가.

그 세가 어느 정맥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한강기맥도 이렇듯 부드러운 산세를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때로는 폐부를 찌르 듯 가파르게 치솟는 봉우리부터 잠시 인적이 그리워 사람의 마을로 내려오는 구간은 있었지만 이토록 부드러움을 간직한 곳은 흔치 않은 경우다.

북부지방산림청 양평경영팀의 박용호씨는 “산을 대하면서 이렇게 부드럽고 아름다운 산은 정말 찾기 어렵다”며 “조물주는 강함과 부드러움을 정말 조화롭게 잘 대비시킨 것을 이런 능선에 올라서면 어김없이 느낀다”고 말했다.

>> 한강기맥, 그 끝은 없다

기맥은 우리나라 10대 강을 에워싸고 있는 산줄기를 정맥이라 하고 이 산줄기가 아닌 가운데 일정한 세력을 가진 것을 일컫는다.

정맥과 기맥의 구분은 산줄기의 규모나 길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10대 강을 구획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따라서 기맥이 정맥보다 길이나 세력이 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기맥이 정맥의 하위 개념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중 한강기맥은 백두대간의 오대산 두로봉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까지 약 160㎞의 산줄기를 말한다.

오대산 두로봉에서 분기한 한강기맥은 줄기차게 서진하다 양수리에서 그 맥을 잠시 수면아래로 이어간다.

이 기맥에는 오대산을 비롯해 계방산 보래봉 구목령 덕고산 운무산 수리봉 대학산 덕구산 응곡산 만래산 오음산 금물산 시루봉 갈기산 소리산 문레봉 용문산 소구니산 청계산 등 기라성같은 산들을 섭렵하며 산세를 이루고 있다.

이제 한강기맥은 이곳 소리산(479m) 인근 능선에서 다시 서쪽으로 서진하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과 옥천면 경계에 있는 경기의 금강산이라 불리우는 용문산(1,157m)에서 마지막으로 포효한 뒤 양수리에서 피곤한 몸을 잠시 뉘운다.

수면으로 가라앉은 기맥은 곧 다시 굳게 일어설 것을 산객들은 모두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백두대간에서 분기해 시종일관 남한강과 북한강을 가르며 서쪽으로 향하느라 목이라도 마른 것일까.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에서 잠시 쉬고 있는 한강기맥은 말없이 또 그렇게 천년의 세월을 흐를 것이다.

천년의 세월을 아무런 탈없이 흐를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다.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아이, 또 그 아이의 아이가 아름다운 산하를 벗삼아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만이라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셈이다.

벌써 2개 구간을 탐방한 북부산림청의 이원미씨는 “수도권에서만 생활하다가 강원도에서 근무를 하며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축복받은 일”이라며 “우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고 했다.

이 씨는 “우리가 스스로 아끼고 사랑할 때 비로소 이 소중한 자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생명의 근원인 숲을 사랑하고 아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제 우리는 백두산과 지리산의 사이 2,000m급 고봉들과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속리산, 덕유산을 품고 있으며 10대 강 물줄기의 발원지인 백두대간을 비롯해 관북·관서·청천·해서·예성·한북·낙동·호서·한남·호남·금강·낙남정맥은 물론 한강·온성·장진·중강·장자·대령·남강·장산·금북·금남·영산·땅끝·진양기맥을 고스란히 후손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인 것 같다.

홍천·경기 양평=원상호기자 theodoro@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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