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정부가 원주의 안정적 식수 공급을 주목적으로 한 횡성댐 건설을 시작하면서 저는 횡성댐건설지원사업소의 보상계장으로 발령받았다. 모든 대형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업장에 편입되는 토지 보상 업무다. 토지 보상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그 사업의 성패가 달린다.
저는 3년 내내 갑천면 중금리 등 5개리 주민들을 매일 만나 사업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누대에 걸쳐 뿌리내리고 행복하게 살던 주민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왜 하필 우리 마을, 우리 고향이냐며 우리는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고 눈물을 울부짖었다. 주민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고 가슴 아픈 하소연도 많이 들었다.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가슴에 쌓인 이야기로 밤을 새우기도 했다. 저도 인접 마을에서 살고 있어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기에 함께 눈물 흘리며 슬픔을 나눴다. 253가구에 1,000여명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고동락했다.
그 분노와 눈물을 삼키고 횡성댐은 2000년에 완공됐다. 횡성군민들은 횡성댐의 완공으로 크게 건 기대가 있었다. 바로 군민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횡성군의 발전에 족쇄가 되었던 원주시 지방상수도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방될 거라는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군민들의 기대는 무참하게 짓밟혀 버렸다. 1987년 원주시가 원주시민들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소초면 장양리 섬강에 설치한 취수장은 변함없이 그대로 존치됐다.
이 취수장 상류 지역으로 횡성읍, 공근면, 우천면 일대 39개 마을(리) 59㎢에 걸쳐 지정된 상수원보호구역은 그대로 남겨진 것이다. 이들 지역은 횡성군민들이 절반이 거주하는 횡성의 핵심 지역이다. 여기에다 횡성댐 건설로 인해 광역상수도보호구역으로 22개 마을(리)에 228㎢의 면적이 추가됐다. 상수원보호구역이 총 287㎢로 횡성군 전체 면적의 28.8%이다. 대한민국 230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지자체 면적의 30%가 상수원보호구역인 곳은 횡성이 유일하다.
횡성군은 원주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환경부,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수자원공사 등 관련 기관을 수십년째 쫓아다녔지만 어느 곳도 횡성군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식수를 직접 공급받는 원주시의 태도는 횡성군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 이웃사촌으로 상생한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믿고 기대했다. 그런데 횡성군민의 대화 요청마저 거절했다.
정부는 원주지방상수도를 폐지하고 원주시 식수를 광역상수도로 완전 전환해야 한다. 아니면 다른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 원주시는 이 문제를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하지 말고 해결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횡성군과 상생의 뜻이 있다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원주시는 물뿐만 아니라 하늘까지 횡성군민을 억누르고 있다. 바로 원주공군비행장 소음이다. 횡성군민들은 수십년째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횡성군민들은 그동안 상생의 정신으로 양보하고 인내하며 살고 있는데 원주시는 전혀 공감하지 않고 있다. 동정심조차 없다.
횡성군민들은 양보만 하고 희생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원주시민이 받는 혜택에 대한 만분의 일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세상에 내가 사는 땅 위의 하늘과 물로 인해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유일한 곳이 횡성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하늘과 물이 행복한 삶을 빼앗은 족쇄가 된 곳에 사는 사람들이 횡성군민들이다. 횡성군민들도 남들처럼 내 집과 내 땅의 값이 올라 돈 좀 벌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재산권 행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원주와 횡성은 같은 생활권이며 치악의 역사문화 속에 살고 있다. 수천 년 내려온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상생의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