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 지역사회와 세계를 잇는 환대

김은선 춘천YWCA 회장

◇김은선 (사)춘천YWCA 회장

지난 8월, 춘천YWCA어린이집이 미얀마 어린이합창단의 활기로 가득 찼다. 38년간 운영했던 (사)춘천YWCA어린이집이 올봄 폐원을 하게 되며 아쉬움이 컸다. 몇 달간 허전했던 빈 공간이 다시 소란해졌다. 2025 온세대합창페스티벌을 맞아 춘천을 찾은 미얀마 어린이합창단이 이곳에 묵게 되며 어린이집은 과거의 활기를 잠시나마 되찾을 수 있었다.

미얀마의 오랜 내전으로 삶과 가정이 붕괴된 힘든 현실 속 합창단은 희망의 노래를 불렀고, 이들의 체류 기간 YWCA 이사진은 엄마의 마음으로 정성껏 밥을 지었다. 낯선 땅을 찾아온 어린이들은 춘천YWCA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잠시나마 ‘두 번째 집’을 경험했다. 합창단이 머무는 동안 숙소 주방은 새벽부터 불이 켜졌다. 합창단의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준비해둔 식재료를 손질하고,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짓는 손길이 분주했다. 막바지 여름의 무더위와 높은 습도 속에서도 춘천YWCA는 기꺼이 봉사의 마음을 나눴다. 한 끼의 식사가 낯선 타국에 온 아이들에게 든든한 힘이 될 것을 알기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정성스레 차린 아침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채우는 따뜻한 환대의 표현이었다.

합창단 체류 기간 미얀마 아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문화 체험도 마련됐다. MPH아카데미(대표:민경미)의 후원으로 진행된 전통 공예 프로그램에서는 자개를 활용한 노리개와 필통 만들기가 이루어졌다. 미얀마 어린이들은 손끝으로 빚어내는 세심한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는 단원들의 이름을 한글로 디자인한 머리띠 이름표를 손수 제작해 선물했다. 아이들이 한국 이름으로 불리며 환영받는 순간, 얼굴에는 미소와 함께 큰 자부심이 번졌다. 환대의 손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춘천YWCA 회원 한 분은 단체 티셔츠와 쇼핑지원금을 선물하며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더해줬고, 또 다른 회원은 정성껏 마련한 한복을 나눔으로써 한국 전통의 멋을 직접 느끼게 해줬다.

특별한 만남도 있었다. 3년 전부터 미얀마 어린이합창단을 꾸준히 후원해온 달보드레 어린이합창단이 마침내 교류 무대에 함께 섰다. 두 합창단은 ‘섬집 아기’ ‘어머님 은혜’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곡들은 물론, ‘평화를 노래해요’, ‘희망 하나’ 등 미얀마 노래를 함께 불렀다. 아이들의 ‘언젠가 함께 노래하자’던 약속은 이번 무대를 통해 현실이 됐고, 숙소와 공연장에서 우정을 나누며 함께 웃고 노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12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던 8월31일, 한국과 미얀마의 아이들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아쉬움의 눈물 속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맑고 투명한 눈망울 속에 담긴 희망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 또 다른 꿈의 씨앗이 됐다. 미얀마 어린이합창단은 본국 도착 후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해 왔다.

춘천YWCA는 이번 환대와 교류를 통해 지역사회가 세계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앞으로도 미얀마 어린이합창단 후원회를 비롯해 지역 안팎에서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과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어린이들의 꿈과 노래가 더욱 멀리 퍼져 나가도록 함께 할 것이다. 생명의 바람, 세상을 살리는 여성들의 환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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