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을 사칭해 문구류, 의료기기 등 고가의 물품을 주문하거나 견적을 요구한 뒤 연락을 끊는 사기 행각이 강원차지도 일대에서 잇따르고 있다. 피해는 도내 전역으로 확산 중이며, 심지어 장애인복지관까지 사칭 대상이 되는 등 지역사회 혼란이 커지고 있다.
춘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문구·의료기기 납품업체로부터 “교육지원청에서 실제로 물품을 주문했느냐”는 확인 전화가 잇따랐다. 피해 업체들은 ‘춘천교육지원청 경영지원팀 김00’ 명의의 허위 명함을 받은 뒤, 물품 주문이나 견적 요청을 받은 공통된 사례를 전했다. 사칭범은 독일제 흡연측정기 마우스피스 100개(총 250만원 상당)를 주문하거나, 수십만원대 사무용품·카메라·전동휠체어까지 다양한 품목을 요구했다. 일부는 “교육지원청 직원 회식”을 이유로 식당 예약까지 진행한 뒤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 피해도 발생했다.
유사한 사례는 원주교육지원청에서도 반복됐다. 공무원 단체 증명사진 촬영 계약 요청, 이동형 에어컨 대량 구매 요청 등 각종 납품 요구 전화가 이어졌고, 일부 업체는 실제 납품계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교육지원청을 방문하거나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춘천·원주교육지원청은 “공무원을 사칭해 허위 공문서나 명함을 제시한 뒤 물품 구매를 유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지역 업체들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사칭 피해는 교육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복지관도 최근 허위 납품 요청을 받은 사례가 7건 이상 접수됐다. 한 소방용품 업체는 “수천만원대 장비 교체 요청을 받았다”며 복지관을 직접 방문했고, 인제 지역의 한 업체는 “주차장 도색을 의뢰받았다”며 사실 확인에 나섰다. 이밖에도 화장실 리모델링, 용달이사, 대량 물품 발주 등 명의를 도용한 허위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기 피해가 발생해도 신고나 수사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칭범들이 사용하는 명함에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데다 업체들도 물품 납품 전에 수상함을 느끼고 거래를 중단한 경우가 많아 ‘금전적 피해’가 입증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복지관 관계자는 “사칭 피해를 당했지만 실질적인 손해가 없다며 경찰 접수 과정에서 조차 한계를 느꼈다”며 “지역 상인들의 피해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