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시간당 76㎜ 물폭탄' 가평서 2명 사망·2명 실종·8명 연락두절…펜션 무너지면서 7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대보교서 40대 男 떠내려오다 다리 구조물에 걸려 숨진채 발견
대보교 일대 홍수경보 발령…수위 9.2m까지 올라 조종천 월류
최대 121.5㎜ 물폭탄 쏟아진 강원 도로 침수 등 119 신고 16건

◇가평 조종천 월류한 대보교

20일 새벽시간대 경기 가평에 시간당 76㎜의 물폭탄이 쏟아져 주민 5명이 급류에 휩쓸려 2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또한 산사태로 주택 3채가 무너지며 1명이 숨졌다.

물난리나 산사태 등 재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아직 소재 파악이 안 돼 실종자로 분류된 인원수가 2명이며 이외 가족 등과 연락이 안 되는 8명에 대해서도 당국이 파악 중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44분께 가평군 조종면 신상리에서 펜션 건물이 무너지면서 4명이 매몰돼 3명은 구조됐으나 7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4시 20분께에는 상면 항사리 대보교에서 40대 남성 B씨가 물에 떠내려오다 다리 구조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4시 30분께는 대보1리에서 주민 이모(80)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씨는 이날 대보교 월류로 대피령이 내려지자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불어난 물에 고립됐으나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타고 있던 가족들은 무사히 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보 1리 주민 김희상(74)씨는 "40년 살다가 이런 일은 처음이다"며 "물이 나는 가슴까지, 아내는 목까지 차올랐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근 조종면의 한 수련 시설에는 200여명이 폭우로 고립돼 있다 짐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빠져나왔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조종면 2명, 상면과 북면 각 1명 등 주민 4명이 실종된 것을 추가로 확인하고 수색 중이나 불어난 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경기도 가평군에서 새벽 시간에 쏟아진 폭우로 차량들이 파손되어 있다. 2025.7.20

대보교 일대는 이날 오전 2시 40분을 기해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오전 3시 20분께 수위가 심각 단계인 6.4m를 넘어선 뒤 9.2m까지 올라 조종천이 월류했다. 이에 가평군은 주민 대피령을 발령하고 대보교 일대 15가구 주민들을 고지대 비닐하우스로 이동시켰다. 가평군은 오전 8시 이후 상면과 조종면 일대에 단수 조치할 예정이다.

이외 오전 5시 20분께 가평군 제령리에서도 산사태로 인해 1명이 실종됐고, 인근에서 급류에 떠내려간 주민 1명에 대해서도 소방 당국이 수색 작업 중이다. 구체적인 사고 지점이나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는 인원수는 현재까지 8명으로 파악됐다.

다만, 비가 내린 가평군 조종면 등 일대에서는 현재 통신이 원할하지 않아 실종신고가 폭주하고 있고 아직 현장 상황이 수습 안 된 곳도 많아 인명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종면에는 오전 3시 30분을 전후해 시간당 76㎜가 쏟아졌으며 일 누적 강수량은 오전 9시 30분 기준 197.5㎜를 기록 중이다. 호우특보는 해제됐다.

◇19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마을에 폭우와 산사태로 일부 주택이 파손돼 있다. 2025.7.19 [독자 김규리 씨 제공]

또 산사태로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실종자 1명이 추가로 발견됐다.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6시 55분께 산청읍 부리마을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70대 여성 A씨를 발견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A씨가 발견된 장소는 전날 낮 12시 35분께 토사 유출로 주택이 무너지면서 70대 남성 B씨와 20대 여성 C씨가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곳 근처이다.

A씨와 B씨는 부부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현장을 수습하는 한편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4일간 산청군 시천면에 누적 강수량 798㎜를 기록하는 등 산청군 일대에 나흘간 632㎜의 극한 호우가 퍼부었다.

20일 경기북부에 내린 폭우로 구리 왕숙천 수변공원이 물에 잠겼다. 2025.7.20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리에서는 왕숙천 수위가 상승해 수변공원이 물에 잠겼다.

현재 가평 대보교·가평교, 남양주 왕숙교·진관교·부평교, 포천 은현교, 고양 원당교, 정부 신곡교, 동두천 송천교, 포천대교 등에는 홍수 경보·주의보가 발령 중이다.연천군은 전 지역에 산사태 경보를 발령해 산림 주변과 위험지역 접근 금지 등 주의를 당부했다.

도로 통제도 이어졌다.

남양주시 부평IC∼수목원 입구 양방향이 통제 중이며 포천시 고장촌 삼거리∼내촌 교차로도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이 통행할 수 없다.

경기북부 10개 시·군 중 현재 포천·연천·가평에 호우경보가 발표 중이며 나머지 7곳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는 해제됐다.

이날 누적 강수량은 오전 7시 30분 기준 가평 북면 195.5㎜, 의정부 162.5㎜, 포천 가산 150㎜, 연천 군남 139.0㎜ 등을 기록 중이다.

◇전국 곳곳에 밤새 폭우가 내린 20일 강원 춘천시 서면 오월리 한 도로 물웅덩이에 SUV 차량이 빠져 있다. 2025.7.20 사진=연합뉴스

밤새 영서 내륙을 중심으로 최대 121.5㎜의 비가 쏟아진 강원도는 곳곳에서 도로가 침수되거나 나무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들어온 비 피해 119 신고는 나무 전도 7건, 침수 4건, 토사유출 3건, 기타 2건 등 총 16건이다.

이날 오전 7시 53분께 춘천시 후평동 부안초등학교 입구 옹벽에 토사가 유출돼 시와 소방 당국이 안전 조치 중이다.

앞서 같은 날 오전 4시 11분께 홍천군 북방면 원소리 한 도로에서 나무가 쓰러져 소방 당국이 안전 조치했다.

내륙과 산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진 가운데 전날 오후 11시께 춘천 서면 오월리 남실피암터널 입구에는 낙석이 발생해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날 오전 3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호우피해 대응에 나섰다.

현재 설악산과 치악산, 태백산 등 국립공원 내 46곳의 출입로가 통제된 데 이어 폭우가 내리는 각 시·군은 재난 문자를 송출하고 있다.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내륙은 철원 동송 175.5㎜, 춘천 부다리고개 174.5㎜, 북춘천 156.5㎜, 춘천 신북 152.9㎜, 화천 간동 146㎜, 화천 광덕산 137㎜, 양구 용하 136㎜, 춘천 북산 131㎜, 철원 130.5㎜ 등이다.

산지는 인제 칠성고개 80.5㎜, 인제 원통 71㎜, 홍천 내면 68.5㎜, 인제 기린 67.5㎜, 양구 해안 61㎜ 등의 비가 내렸고 동해안은 강릉 상시 31㎜, 강릉 28.4㎜, 속초 노학 27㎜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7.20 [행안부 제공]

윤호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책무라는 소신을 갖고 행안부 장관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호우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피해를 입으신 국민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오늘부터 범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시켜 대응에서 복구로의 공백없는 체계 전환을 추진한다"면서 "행안부와 관계부처, 피해지역 지자체들은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한 응급복구를 실시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본부장은 "피해조사를 신속히 추진하고,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해서는 지원기준과 절차에 따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대통령께 건의함으로써 폭넓은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는 행안부와 지자체가 이재민이 임시대피시설에 있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구호물품 지원 등을 세심히 챙기고, 조속히 일상생활 복귀를 위해 "응급복구에 총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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