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공동체 문화의 정수 ‘위촌리 도배’

심오섭 강원특별자치도의원

음력 1월1일 정월 초하루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설날에는 아침 일찍 조상을 기리는 차례를 지내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세배를 올린 후 차례 음식으로 새해 첫 끼를 함께 먹는다. 그리고 오후에는 동네 어른들께 세배드리는 것이 전통적인 설 문화였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급속한 도시화와 핵가족화,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차례를 지내거나 마을 어른께 세배드리는 문화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릉에서는 정월 초이튿날 마을별로 동네 어른께 합동 세배를 올리는 도배(都拜) 문화가 활발하게 전승되고 있다. 특히 강릉시 성산면 위촌리는 향약에 기반한 마을 대동계가 주도하여 마을의 최고 연장자인 촌장에게 합동 세배를 올리는 도배가 연중 가장 크고 중요한 마을 행사로 40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위촌리 도배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는 행사로 공동체가 한데 모여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한 마을 구성원 모두가 한데 모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덕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깊은 신뢰와 정이 형성되고 이러한 과정이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도배는 현대사회의 난제인 도시화, 핵가족화, 개인주의화 등으로 인한 고립과 소외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위촌리 도배를 중심으로 한 강릉의 도배 문화가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방방곡곡으로 널리 펴져 나간다면 공동체 문화의 회복을 통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밝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에 필자는 위촌리 도배가 가지는 긍정적 기능과 위험 요소 그리고 가치 확산의 필요성 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고 가장 효과적인 보존과 전승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도배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 문화의 가치를 공식적인 장치로 인정함으로써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지역의 인구 감소와 노령화,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보존과 전승의 어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세 번째는 위촌리 도배가 지닌 무형의 가치를 강릉의 문화적 위상과 가치를 높이는 장치로 활용하고 관련 문화 활동을 활성화해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담고 있는 문화를 보존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곧 강원특별자치도의 문화 다양성과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2023년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내에 ‘강원문화유산콘텐츠 발굴연구회’ 설립을 주도하고 2년에 걸쳐 도내 18개 시·군의 비지정 문화유산을 조사 발굴하는 ‘강원무형유산콘텐츠 발굴 용역’사업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위촌리 도배를 포함하여 18개 시·군에서 총 55건의 비지정 문화유산을 발굴할 수 있었다. 이 조사 보고서는 강원 각지에서 전승되고 있는 비지정 문화유산의 상당수가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만큼 강원특별자치도의 무형문화유산 지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위촌리를 중심으로 한 강릉의 도배 문화는 단순한 세배 풍습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이 전통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유산을 현재에 계승하고 앞으로의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적극 수용하고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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