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옥 춘천수필문학회장이 수필집 ‘나는 가끔 실없는 말이 듣고 싶다’를 펴냈다.
전작 ‘그리고 더 그리다(2019)’ 이후 5년 여만에 수필집을 펴내는 이병옥 작가는 일상에서 얻은 감사함을 신간에 담았다. 이 작가는 일상에 제동을 건 팬데믹을 지나며 삶의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피부로 느꼈다고 한다. 선물같은 순간들을 모은 그의 수필집은 그간 맺어온 인연들에 대한 감사의 편지이자, 지나온 시간에 대한 짙은 회고다.
평생을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며 살아온 인생. 50줄에 들어 펜을 잡은 이병옥 작가는 글을 써내려 가는 매 순간에 감사함을 느꼈다. 남동생이 보내온 배 노란 멸치를 바라보며, 손녀들과 빚은 형형색색의 송편을 바라보며 느낀 삶의 기쁨을 글로 풀어냈다. 일상의 희노애락을 담은 글들은 이 작가의 손녀들이 직접 그린 삽화와 어우러지며 온기를 전한다.
50여 편의 작품을 관통하는 소재는 ‘말’이다. 문우들과 떠난 여행에서 갑작스럽게 겪게 된 사고. 몸의 통증은 곧 마음으로 이어졌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위로의 말들이었다. 다정히 상처를 보듬는, 무심히 안부를 묻는 말들 속에서 이병옥 작가는 언어의 무게를 곱씹었다. ‘실없는 말’ 속 담긴 진심들을 따라 작가의 글은 수려한 산문시처럼 펼쳐진다. 선물 같은 삶을 노래하듯 엮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병옥 작가는 “살아가면서 쉬워 보이지만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말’이라는 사실을 최근 들어 더욱 실감하고 있다”며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 남은 날들이 더 절실하고 소중하기에, 이제는 행복한 순간만 기억하고, 억지로라도 좋은 생각과 예쁜 말, 가슴이 따뜻해지는 말을 많이 하며 살고 싶다”고 전했다. 도서출판 산책 刊. 265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