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술 조금밖에 안 마셨어요.” 슬슬 연말이 다가오는 만큼 음주 단속에 나간 경찰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일 것이다. 매년 연말, 명절 전으로 경찰이 대대적인 음주 단속을 진행하는 가운데 음주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경찰차에 탑승하는 시민들을 보고 있자면 대부분 행동은 비슷하다. 본인들의 잘못임을 인식함에도 적반하장의 태도로 경찰, 취재진을 향해 역정을 내거나, 얼굴을 가린 채 부끄러워한다. 측정 후 수치에 불복해 비틀거리며 경찰차를 타고 채혈을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는 시민들도 많이 봤다.
실제로 취재에 나가 모 초교, 학원 버스라고 쓰여 있는 차량이 어린이 보호 구역임에도 음주 단속에 적발된 것을 보기도 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음주 운전 처벌 기준보다 미흡해 운전자는 훈방조치됐다. 그럼에도 운전자가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은 사실인 셈이다. 더군다나 아이들의 목숨을 책임지는 사람이 음주를 한 채 차를 몬다는 사실을 안다면 부모 입장에서 해당 차량에 적힌 학교, 학원을 신뢰하긴 어려울 듯싶었다.
최근에는 ‘음주 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음주운전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사고 후 무책임하게 도주한 것에 이어 술을 마시고, 매니저에게 허위로 자수하게 함으로써 초동 수사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일갈했다. 그의 ‘술타기 수법’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따라 해 범행을 피하려는 꼼수도 늘었다. 전부터 이를 악용하던 범죄자들도 재수사를 통해 처벌된 것을 보면 이 같은 사법 방해 행위의 말로는 엄벌이었다.
원주에서도 상습 음주운전자가 경찰에 적발됐다는 언론 보도가 연이어 나온다. 최근 음주운전죄로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12월 가석방으로 출소했음에도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이도 있었다. 그는 불과 2주 뒤 횡성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또 적발됐다. 안일한 생각과 본인의 대단한 실력을 믿고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하다. 경찰에 음주운전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에도 운전을 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 정도면 ‘쿠세(나쁜 버릇을 뜻하는 은어)’인 듯싶다. 게다가 음주운전은 무면허로 이어지기도 한다. 처벌로 인해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됐음에도 본인 편의를 위해 무면허로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되는 것도 종종 확인된다. 결국 음주운전에 무면허 등 악순환을 되풀이하면서 스스로 죄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 일 없이 잘 귀가했는데 무슨 문제냐”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음주운전은 예비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는 말처럼 음주운전자의 차량이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본인이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위와 같은 질문을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원주를 포함해 전국 경찰이 내년 1월까지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 단속을 벌이면서 음주운전을 무관용으로 다스리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친구, 지인, 가족들과 한 해를 돌아보는 자리가 끝난 후 내년부터 범죄자로 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