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10만명 넘는 도내 ‘고학력 백수’, 청년 고용 대책은

취업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올 상반기 구직을 포기한 강원지역 고학력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도내 비경제활동인구 중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2023년보다 6,000명 늘어난 10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10만명 이상인 것은 처음이다. 취업준비생도 역대 상반기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수는 전년 대비 38.3% 줄어든 9,000명이다. 감소 폭이 같은 기간 가장 컸다. 취업희망 ‘안 했음’ 응답자도 42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거나 생각하지 않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구직을 포기한 청년층이 늘어나는 것은 지역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여서 되살릴 대책이 시급하다.

이른바 ‘고학력 백수’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일을 하지 않거나 구직 활동을 손 놓다시피 한 이들이다. 근로 능력이 있어도 일을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에 전념해야 할 대졸 인력이 일도,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도 뜻이 없다면 지역경제의 활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구조적 저성장의 늪에 빠진 지역경제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고학력 백수 증가의 주된 이유는 최근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구직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복지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졸 청년들에게 대기업 정규직에만 목매지 말고 중소기업도 인생을 걸어볼 가치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난센스다.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효적 대책을 내놓는 게 급선무다.

인구는 줄고 있는데 청년층 백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이 대학을 마치고 첫 직장을 갖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올 들어 1년 2개월로 역대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백수는 특히 20대 후반에서 많아지고 있다. 최근 1년 이내 직장을 다니다 퇴사했거나 구직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두 번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성급하게 구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하지만 자칫 그 기간이 길어지면 구직 포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학력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들의 능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청년·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생활고와 주거 불안정 심화로 이어진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청년 고용을 확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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