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강원 반도체 밸리’ 꿈 아니다

현진권 강원연구원장

강원자치도의 최고 자산은 자연환경이다. 그래서 자연환경과 연관한 산업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관광과 농업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강원도 살림은 중앙정부에 많이 의존했고, 스스로 버는 경제활동은 관광과 농업이었다. 이제 강원도는 ‘미래산업’을 내세우며 다른 지역과는 다르고 특별한 분권을 하려고 한다. 미래산업이란 결국 고부가가치 산업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강원도를 부자로 만들어 줄 가장 빠른 산업을 의미한다. 세계경제환경을 볼 때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은 반도체다. 그러나 강원도와 반도체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있다. 오랫동안 고착화된 “강원도 하면 환경자원”이란 쏠림적 인식 때문이다.

강원도 발전계획에는 반도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론이 뒷받침돼야 한다. 강원도에서 반도체 산업을 추진하겠다는 정치 지도자의 정책 뚝심에 근거가 있다는 말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반도체 강국이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은 반도체 공장입지 선정에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홋카이도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고급인력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대도시 주변에 공장이 입지한다. 그러나 홋카이도는 도쿄 등 대도시에서 가장 먼 위치에 있다. 홋카이도에 건설 중인 라피더스의 반도체 공장은 작은 공장 하나가 아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인 토요타, 소니, NTT 등이 참여하고 중앙정부에서 과감한 투자를 함으로써 민간과 정부가 협업해 미래에 투자하는 공장이다. 홋카이도를 우리나라에 투영하면 강원도가 보인다. 자연환경이 가장 큰 지역 자산이고, 특별한 분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강원도와 홋카이도는 공통점이 많다.

한국의 대표 반도체기업인 삼성은 용인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한다. 고급인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논리다. 반도체 산업에는 필수적인 투입요소가 있다. 물, 전력, 고급인력이다. 세 가지 요소 중 물과 전력은 강원도에서 끌어 쓰겠다고 한다. 물과 전력은 가져올 수 있지만, 고급인력을 끌어올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홋카이도를 보면 반도체 산업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강원도에는 풍부하고 저렴한 수자원과 전력이 있다. 수자원은 강원도의 대표적인 환경자산이다. 강원도가 반도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필수요건인 고급인력은 얼마든지 강원도로 유치할 수 있다. 고급인력일수록 삶의 질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강원도는 살기 좋은 자연환경이 있고, 수도권에서도 가깝다. 특히 춘천은 서울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위치다. 강원도에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면 수도권의 고급인력을 흡수하는 새로운 빨대가 될 수 있다. 사람은 기업을 따라 움직인다. 강원도가 인구 감소 현상이 심각한 이유는 강원도에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지방시대의 핵심은 지역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강원도에 반도체 산업이 번창하면 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시대도 빨리 실현할 수 있다.

“강원도 하면 자연환경”을 떠올리는 구시대적 인식은 이제 버리자. 홋카이도에 일본의 미래를 거는 현실을 볼 때 강원도도 자연환경에서 ‘반도체 밸리’로 인식을 바꾸자. ‘강원도 반도체 밸리’는 결코 허황한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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