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시금치 등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찮다. 명절이 지난 후에도 꾸준히 고공행진이다. 정부는 최근 물가 안정으로 소비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채소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한국은행의 ‘2024년 8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농림수산품은 전월보다 5.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7월의 1.6%에 비해 한 달 만에 오름폭이 3배 이상 커진 것이다. 여기에 식료품은 7월보다 2.5% 인상됐는데, 이는 7월 상승률(1.1%)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7월에도 4.2%나 올랐던 신선식품은 8월에는 9.7%나 급등했다.
특히 배추(73.0%)와 시금치(124.4%) 등 채소 가격이 폭등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 물가 역시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24일 춘천지역 기준 배추 1포기 가격은 1만100원으로 지난해 6,193원보다 63.1%나 뛰었다. 무 1개의 소매가는 4,160원으로 77% 비싼 값에 팔렸다. 폭염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더해 추석 성수기에 진행한 정부와 유통사의 할인 지원이 종료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 치솟았다. 통상적으로 볼 때 채소류 가격은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 수요가 증가하며 값이 오르다 명절 이후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올해는 9월 중순을 넘는 시기까지 늦더위가 지속됐던 탓에 올라간 가격이 내려올 줄 모르는 것이다.
정부는 원예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큰 폭으로 오른 배춧값을 잡기 위해 중국에서 신선 배추를 수입하기로 했다. 또 무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산지 유통인을 대상으로 운송비를 지원해 조기 출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해당 농산물의 수입을 검토하는 방식의 대처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좀 더 효율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근본적인 농산물값 안정을 위한 범정부적 농업 위기 대응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농산물 가격은 변수가 많아 변동 폭을 예단하기 어렵다. 폭우와 폭염에 이어 태풍 등 재해가 발생하면 농산물 수급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상황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채소, 과일 등 농산물의 가격 폭등은 밥상 물가와 외식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민생을 힘들게 하는 밥상 물가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