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원주 미군기지 65년만에 “주민 품으로”
2016년 5월 9일 자 강원일보는, 캠프페이지가 65년 만에 춘천시 공유지로서, “마침내” 시민들에게 귀속되었음을 감격스럽게 보도했다. 시 당국은 물론 지역 내외의 다양한 관계자들이 여러 개발 계획의 입질을 하였으나, 놀랍게도 시민들의 선택은 하나로 수렴되었다. 캠페이지 부지활용에 대한 시민조사에서, 2004년에는 응답자의 55.8%가 시민휴식공원과 녹지공원을 선택했고,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각 조사와 시민공청회의 의견 또한 시민공원이었다. 최동용,이재수 전 시장 모두, 정당에 관계없이 시민들의 뜻을 받아, 후대를 위해 인공시설물을 최소화하여, 녹지 70-80%를 보장하는 시민복합문화공원 조성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최근 춘천시의 캠프페이지 “도시재생혁신지구선정”계획안에는 녹지와 공원화 요소는 반으로 줄고, 주거시설(아파트), 숙박시설(오피스텔, 리조트), 컨밴션시설, 상업 및 업무시설, 생활 SOC, 주차장 등 하드웨어 건설 계획이 빼곡하다. 2조 7000억원이 넘는 사업비 중 춘천시는 캠프페이지 전체를 현물출자(3,669억)하고, 20년 임대 후 2051년 매각을 통해 1조원 가량의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부 계획의 타당성은 차치하더라도, 그동안의 시민합의를 완전히 뒤집는 일방적인 시의 구상임은 확실하다. 의회와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사전절차도 무시되었고, 개발수요의 전망과 수익구조는 과잉추정되었다. 허술한 논리와 주요정보의 누락, 부정확한 추정치로 시민사회와 의회의 지적을 받자, 시는 설명회와 시민조사를 급조하였다. 캠프페이지 활용계획은 춘천시민 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하는 것임에도 설명회는 근화동 주민들만으로 대상을 축소시켰으며, 시민조사는 답을 미리 정해둔 “유도질문”과 일방적인 정보제공으로 찬반논리를 균형있게 살필 수 없도록 구성하였다. 졸속적이며 조작에 가까운 내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사업의 가장 큰 진실은, 춘천시민이 65년만에 확보한 공유지를, 민간개발업자들의 손에 넘겨 사유화한다는 것이다. 레고랜드가 앉혀진 중도 부지는 최장 100년후에는 임대 만료로 강원도가 되찾을 수 있으나, 캠프페이지 부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시민들의 자산이 한번 민간에 불하되면, 인근에 있는 공유지까지 사유화될 가능성이 크다. 어린이회관이 상상마당에 매각된 후, KT&G는 공유지인 건물 앞뜰을 사유화하여, 불법 임대하고 시민들의 향유를 통제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시 당국은 일방적인 논의를 중단해야한다. 정책사업으로 춘천 발전의 전환을 꾀하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부지의 성격과 시민들의 공론에 맞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과 공무원들은 임기가 있지만, 시민에게는 임기가 없다. 사업이 청산되는 2051년이면, 오늘 이 결정을 한 누구도 시청사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캠프페이지 개발은 춘천에 남은 마지막 유산에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2000세대 아파트 단지의 앞마당이 되면 안된다. 30만 시민이 쉴 수 있는 시민의 정원이 되어야한다. 시장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여당이 찬성하면 야당이 반대하는 것은 자치가 아니다. 결정권자는 여당도 야당도 아니다. 오직 시민이다. 시민이 조사에 참여하고 결정하게 해야한다.
이제 시민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