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檢 '대장동50억 클럽 지목' 권순일 前 대법관·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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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등록 전 대장동 개발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활동
洪, 김만배에 무이자로 50억 차용…'金과 돈거래' 언론인들도 재판

◇권순일 전 대법관[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장동 50억 클럽' 당사자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이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법조인·정치인·언론인 등이 로비 명목으로 거액을 받거나 받기로 했다는 50억 클럽 의혹이 불거진 지 약 3년 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는 이날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인 2020년 11월∼2021년 9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화천대유 관련 민사소송 상고심, 행정소송 1심의 재판 상황 분석, 법률문서 작성, 대응법리 제공 등의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권 전 대법관은 이 기간 1억5천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대한변협이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승인한 건 2022년 12월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고문 재직 기간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대장지구 송전선로 지중화 관련 행정소송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성남의뜰 패소를 확정했다.

화천대유 대표를 지낸 이성문 씨는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중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 전 대법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연합뉴스 자료사진]

권 전 대법관은 "2021년 초 이씨로부터 송전선 민원 내용을 보고받았고, 행정소송은 대형 로펌에 맡기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의견을 말했다"며 "회사 고문을 시작할 당시에는 송전탑 문제를 알지도 못했고, 그런 얘기를 회사 측으로부터 들은 적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근로계약을 맺고 회사의 경영 전반에 관한 고문으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재임하던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김씨가 대법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대법원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짙어졌다.

이 무죄 판결로 이 전 대표는 경기지사직을 유지했고, 지난 대선에도 출마했다.

다만 김 씨가 관련 의혹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이준동 부장검사)는 이날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비판 기사를 막고 유리한 기사가 보도되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김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직 언론인 2명을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50억 클럽' 명단에 포함된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의 언론사 선배인 홍 회장은 2020년 1월 김씨에게 배우자와 아들 명의로 50억원을 빌렸다가 원금만 갚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홍 회장이 면제받은 약정 이자 1천454만원을 김씨로부터 수수한 금품으로 판단했다.

한겨레 간부를 지낸 A씨는 2019년 5월∼2020년 8월 청탁과 함께 아파트 분양대금 총 8억9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중앙일보 간부를 지낸 B씨는 2019년 4월∼2021년 8월 김씨로부터 청탁받고 총 2억4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김씨와 돈거래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전직 한국일보 간부 C씨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김씨는 홍 회장에게 1천454만원을 제공한 혐의, 부정한 청탁과 함께 언론인들에게 12억4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50억 클럽과 관련한 권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선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권순일 전 대법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권 전 대법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0억 클럽은 대장동 일당의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김 씨가 대장동 개발수익을 나눠주기로 약속했다고 지목된 인물들로, 1차 대장동 수사가 시작된 2021년 9월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간업자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 명단과 금액 배분 계획을 김씨와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때 박영수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 회장 등 고위 법조인·정치인·언론인 등 6명이 언급됐다는 것.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공개된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김씨가 2020년 3월 이들 6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50개'(50억 원)씩 챙겨줘야 한다고 말하고, 이에 정 회계사가 '곱하기 50 하면 300억'이라고 답하는 대목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대장동 개발비리 수사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전 대표와 민간업자들을 둘러싼 유착·배임 의혹을 '본류'로 하되, 유력 인사들이 연루된 50억 클럽의 실체 규명도 다른 중요한 한 축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대장동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지 약 5개월 만인 2022년 2월 곽 전 의원을 먼저 구속기소했다.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그러나 이후 검찰 수사는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벌였으나 최종 사건 처리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작년 2월 곽 전 의원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가 '50억을 주기로 했다'는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곽 전 의원의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이를 계기로 국회에서 야권을 중심으로 '50억 클럽 특검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검찰 내부적으로는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커졌다.

이에 검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수사에 나섰다.

3개월간 광범위한 재수사를 벌인 끝에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의 지위에서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실제로 수수했다는 혐의를 구체화했다.

지난해 6월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검찰은 8월 박 전 특검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사진=연합뉴스

두 달 뒤에는 곽 전 의원을 범죄수익 은닉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아들 병채씨와 김씨도 공범으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후 한동안 강제수사 등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검찰은 올해 3월 권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수사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어 지난달 25일과 31일 홍 회장과 권 전 대법관을 차례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이날 나란히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50억 클럽'에 거론된 인사 6명 중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권 전 대법관의 경우 변호사 등록 없이 화천대유 고문으로서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만 적용됐다.

권 전 대법관이 재임 시절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배경에 김만배 씨와의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재판 거래' 의혹은 아직 규명되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이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핵심 인물인 김씨가 의혹을 부인하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수사가 진척을 보이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남은 50억 클럽 멤버인 최 전 수석과 김 전 총장에 대한 수사도 가시적인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태다.

최 전 수석과 김 전 총장은 의혹이 불거진 직후 수사 때 서면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올해 1월 언론의 허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 전 수석을 참고인으로 소환한 바 있지만, 당시에도 '허위 녹취록' 의혹과 관련한 내용 위주로 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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