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봉선화 연정’ 가수 현철, 신경 손상 투병 중 별세…항년 82세

오랜 무명 생활 뒤 1989∼90년 연속 가요대상…최근 수년 간 투병
"중년 전성기 맞아 가수 수명 늘려…녹화 후 술 사주던 푸근한 선배"

◇가수 현철[연합뉴스 자료 사진]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히트곡 '봉선화 연정'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싫다 싫어' 등으로 1980∼9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트로트 가수 현철(본명 강상수)이 15일 오후 별세했다. 항년 82세.

16일 가요계에 따르면 "현철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아직 장례 절차가 정해지지 않아 서울 구의동 혜민병원에 임시 안치된 상태로,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현철은 수년 전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신경 손상으로 건강이 악화해 오랜 기간 투병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때문에 방송인 송해와 가수 현미의 장례식에도 함께 하지 못했다.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27세 때인 지난 1969년 '무정한 그대'로 데뷔했다.

그러나 당시 인기를 끌던 나훈아·남진 등과 달리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오랜 무명 생활을 보내야 했다.

현철은 이후 1980년대 들어서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사랑은 나비인가봐' 등의 히트곡을 내며 인기 가수로 도약했다.

특히 지난 1988년 발표한 '봉선화 연정'으로 1989년 KBS '가요대상' 대상을 품에 안은 데 이어 이듬해인 1990년에도 '싫다 싫어'의 히트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싫다 싫어'는 귀에 맴도는 중독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30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애창되는 그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다.

현철은 1989년 '가요대상' 대상을 받고서 감격에 겨워 오열한 뒤 "정말 팬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며 "한 달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한 달만 만 더 사셨으면 좋았을걸. 가요계 생활 20년인데, 살아생전 제가 불효해서 아버님께 정말 죄송하다"고 소감을 말해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가수 현철[연합뉴스 자료 사진]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철은 무엇보다도 서민들에게 친근했고 노래가 쉽고 따라부르기 좋았다"며 "정말 친구 같은 인간적인 가수로 보였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철이 우리 가요계에 크게 기여한 것 중 하나는 대한민국 가수들의 수명을 늘렸다는 점"이라며 "그전까지는 60세 가까운 나이에 전성기를 누릴 기회가 많지 않았던 풍토가 있었는데 현철처럼 그 나이에 그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며 가요계를 장악했다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라고 말했다.

현철은 TV에 비친 온화한 모습처럼 무대 뒤에서도 스태프나 후배 가수들에게 따뜻하고 정이 많은 선배였다.

가수 현숙은 "현철과는 생전에 친오빠처럼 지냈다"며 "우리 엄마도 현철이 TV에 나오면 TV에 들어가려는 듯이 가까이 앉아서 챙겨볼 정도였다"며 침통해했다.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도 "현철은 나를 늘 동생처럼 예뻐해 주시던 선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집에 놀러 가면 꼭 나와 함께 출연한 영상을 비디오로 틀어 놓고 '저거 봐라 아이고 예쁘다' 하며 칭찬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선배가 아니라 친구 집에 놀러 간 것처럼 편안하게 대해주셨는데…"라며 더 말을 잇지 못했다.

KBS '가요무대'의 최헌 작가는 "인정이 많았던 현철은 술을 좋아해서 녹화 끝나면 좋아하는 친구 혹은 후배 가수들을 데리고 식사를 겸해 꼭 한잔 사고 가셨다"면서 "생전에 술을 좋아했던 송해 선생과도 많이 어울렸다"고 전했다.

그는 2010년대까지 신곡을 내며 활동했으나 2018년 KBS '가요무대'에 출연해 히트곡 '봉선화 연정'을 부르는 도중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팬들의 걱정을 샀다.

최 작가는 "현철은 경추 수술을 받은 뒤 다리가 저려서 서 있기 불편해해 부축해 드렸던 기억이 난다"며 "마지막 한두 번의 무대는 힘이 없어 부축받아 '가요무대'에 섰다"고 떠올렸다.

현철의 영결식은 18일 오전 7시 30분 대한민국가수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전 8시 30분이며 장지는 휴 추모공원이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