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 수준의 자살률. 수년째 강원에 따라붙는 불명예 꼬리표다. 날로 척박해지는 사회 속 문화예술계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절망을 보듬고 희망을 노래한다.
16일 태백문화예술회관에서 연희공방 음마갱깽의 인형극 ‘꼭두 80일간의 세계일주’가 공연된다. 왕따‧진로‧수많은 고민과 불안에 직면한 청소년들. 삶의 희망을 잃은 주인공은 결국 삶을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80일 동안 세계 일주를 무사히 끝마치고 돌아오면 저승문을 열어주겠다며 그를 돌려보낸다. 새로운 세상과 다양한 사람들 사이서 펼쳐지는 생애 마지막 여행. 작품은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자살’이라는 무거운 소재가 무대에 오르는 배경에는 강원지역의 높은 자살률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도내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4.8명으로 충북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강원도민의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한 문화예술계의 고민은 전문기관과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강원도립극단은 올 하반기 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뮤지컬 ‘109 합창단’을 선보인다. 보험아줌마, 베지밀총각 등 일상 속 인물들을 통해 작품은 자살 유가족의 이야기를 조명, 위로와 치유를 전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선욱현 강원도립극단 초대감독이 각본을, 김경익 현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아 의미를 더했다. 극단은 오는 31일 삼척문화예술회관에서 첫 공연에 돌입, 영월‧춘천‧정선‧양양서 공연을 이어간다.
선욱현(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 감독은 “공연을 통해 누군가 생각나기도, 그 아픔이 살아나기도 하겠지만, 공연장을 나설 때는 미소가 지어졌으면 좋겠다”며 “무거운 소재지만 너무 부담되지 않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