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수프=제76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 극장가를 찾아왔다. 1885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으로 레스토랑 오너와 그를 위해 일하는 요리사와의 로맨스를 그린 이번 영화는 마티유 뷔르니아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에는 줄리엣 비노쉬와 브느아 마지멜 배우가 출연해 눈길을 끈다. 20년간 최고라고 불리는 메뉴를 탄생시킨 ‘외제니’와 ‘도댕’. 그들이 만든 음식 안에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경이 담겨 있다. ‘외제니’는 여름과 자유를 사랑하는 성격인 탓에 ‘도댕’의 청혼을 여러 차례 거절하고, ‘도댕’은 급기야 그녀를 위한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음식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외제니’ 역시 ‘도댕’의 사랑을 느끼지만, 여전히 결혼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오묘하고 세밀한 감정선을 드러낸다. 게다가 요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그러던 중, ‘외제니’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12세 이상 관람가. 135분.
■1초 앞, 1초 뒤=“우리의 사랑은 언제나 타이밍이었다.” 늘 남들보다 한 발 앞서는 바람에 입시도, 일상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우체국 청년 ‘하지메’와 남들보다 늘 한 발 느린 템포로 사진을 찍으며, 느리지만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레이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일상에서 1초 앞서거나, 1초 늦게 살아가는 두 남녀의 기묘한 로맨스를 만나본다. 어느 날, 미모의 뮤지션 ‘사쿠라코’를 만난 ‘하지메’는 가까스로 데이트 신청에 성공하지만 눈을 떠보니 약속날은 지나가버리고 얼굴까지 새빨갛게 탄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잃어버린 하루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하지메’는 우체국에서 매일 우표를 사가던 ‘레이카’가 그 사라진 하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레이카’ 역시 자신의 느린 템포로 인해 연애와 삶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교토의 천년 도시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로맨스 판타지는 분실된 하루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가며, 점점 서로 달랐던 템포가 맞물리기 시작하는 순간을 그려낸다. 전체 관람가. 120분.
■판문점=조선시대에도 존재한 작고 오래된 마을, ‘판문점’. 6·25전쟁 발발 이후, 남북의 휴전회담 장소로 선택된 판문점은 분단과 냉전의 상징으로, 민족의 아픔으로 우리 모두에게 기억돼 왔다.
이후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과 함께 판문점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비무장지대 공동경비구역으로 남과 북의 유일한 통로이자 전쟁 당사자들이 만나 항구적 평화를 논의하는 회담장의 역할을 하면서 화해와 평화의 장소로 남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지났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을 통해 방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평화의 장소로 기억된 이곳이 모두에게 잊힌 공간이 되고 있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의 길이 열리는 듯했지만, 2023년 11월, 9·19남북군사합의가 파기되면서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했다. 포성은 멈추었지만, 여전히 한반도의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기 전에, 그때의 기억을 다시 상기시켜 본다. 12세 이상 관람가. 82분.
김민희기자 minimi@kwnews.co.kr
이번 주 극장가에는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영화 ‘프렌치 수프’를 시작으로 어긋난 타이밍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 판타지 영화 ‘1초 앞, 1초 뒤’가 찾아온다. 게다가 단절과 혐오의 시대 속, 다시 평화를 위해 판문점의 의미를 되돌아보고자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영화 ‘판문점’까지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