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합(和合)이 필요한 시대다.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지난 21대는 역대 그 어떤 국회보다 여야 대치가 심했던 국회로 평가받는다. 채상병특검법을 비롯해 국민연금, 의료개혁, 전세사기 특별법 등 주요 현안마다 강대강 대치를 반복하고 정치권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세대 간, 남녀 간, 계층 간, 남북 간, 수도권·지역 간 갈등, 의과대학 문제에 체육계·연예계까지 한국사회가 ‘갈등’ 속에 잠겨 있는 듯하다. 갈등이 있을 때에는 ‘솔로몬의 재판’과 같은 절묘한 타협과 절충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보통의 세상사이고 또 다른 원칙일 것이다. 가족 간, 친구 간, 직장 내 부딪힘이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각자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고집을 부린다면, 영원한 평행선으로 흐를 것이며 교점을 찾기가 어렵다.
이처럼 화합이 필요한 시기에 추천하고 싶은 ‘합(合)의 고장’이 있으니, 바로 인제군이다. 인제에는 합강(合江)이 있다. 내린천과 인북천이 만나 소양강을 이루고 합해진 강물은 한강을 거쳐 서해 바다로 흐른다. 합강에는 힐링명소 ‘합강정’도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전망에 도암 이재, 삼연 김창흡, 매월당 김시습 등 조선시대 이름난 문인들이 머물며 많은 시문을 남겼다. 1983년 처음 개최돼 42회째 이어지는 합강문화제는 다양한 체육·문화 행사로 지역 화합과 민·관·군 협력 및 소통을 나누는 대표 향토축제다.
산과 물을 아우르는 합강 말고도 인제는 여러 면에서 화합의 도시다. 지리적으로 영동과 영서의 경계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가로막혔던 영동과 영서지역 주민들이 인제장터에 모여 해산물과 산나물 등 서로의 물건을 사고팔았다. 인제 특산품 황태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수산물이 산촌의 칼바람을 맞으며 포슬포슬한 속살의 황태로 재탄생한 화합의 상품이다.
선거구에서 인제는 과거 홍천·철원·화천·양구와 묶여 내륙 접경지역으로 속하기도 했고, 현재는 속초·고성·양양과 함께 설악권으로 구분되는 등 모든 권역을 아우른다.
또 인제는 ‘군인 반 민간인 반’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군인과 민간인이 화합하며 살아가는 도시다. 1966년 을지부대가 터를 잡은 이후 인제 북면 원통리 일원은 첩첩산중 오지로 인식됐었으나,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모범적인 병영문화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한반도가 휴전선이 아닌 38도선으로 나뉘었을 때 인제군은 남과 북에 걸쳐 있었다. 미래 통일시대 최고의 교통 요충지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제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곳이다. 외설악이 하늘로 치솟은 침봉을 가진 장엄한 아버지와 같은 느낌이라면, 인제 내설악은 산세가 깊고 무엇이든 포용해 줄 것 같은 부드러운 어머니와 같은 인상을 준다.
지난 주말 곰배령 산행을 했다. 정상에서 준비해 간 김밥을 먹으며 한 부부 등산객의 대화를 들었다. “당신은 앞으로 아이에게 칭찬만 해 줘요. 교육은 내가 담당할게요.” 그들은 자녀 문제로 힘들었고 머리를 식힐 겸 곰배령을 찾았다고 한다. 인제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곰배령, 자작나무숲, 백담사 등으로 대표되는 인제군 관광지는 동반자와 함께 최소 1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코스로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백담사 템플스테이는 서로의 심신을 치유하고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행복감까지 느낄 수 있다.
국도를 지나 인제군에 도착하면 ‘지금 여기 인제’, ‘대한민국 스위스 인제’라는 구호가 반긴다. 이 세상 갈등에 놓인 모든 이들을 인제로 초청하고 싶다. 요즘 MBTI 검사가 기본이라는데, 갈등 속에 계신 분들은 ‘INJE(인제)’를 찾으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