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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국회의원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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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한민국의 안위(安危)와 3,000만 민중의 화복(禍福)이 전혀 우리 각 개인의 손에 달렸으니... (중략) ... 일반국회원들은 나와 함께 긍긍업업(兢兢業業·늘 조심하며 공경하고 삼감)하는 성심성력(誠心誠力)과 우국애족의 순결한 지조로 기미년(己未年) 국민대회원(國民大會員)들의 결사혈투(決死血鬪)한 정신을 본받아 최후 1인 최후 일각(一刻)까지 분투(奮鬪)해 나갈 것을 우리가 하나님과 3,000만 동포 앞에서 일심맹서(一心盟誓)합니다.” ▼1948년 5월31일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우남(雩南) 이승만 초대 국회의장의 개회사는 비장했다. 그리고 선명했다. 일제에 의한 식민지의 잔혹했던 과거를 딛고, 미군에 의한 통치 시기를 넘어 비로소 독립국가로서의 기반을 갖추게 되는 감격의 기쁨이 가득한 순간이었다. 제헌국회는 꼭 87일이 지난 같은 해 7월17일 제헌헌법을 내놓는다. 우리가 기억하는 제헌절의 유래다. ▼2024년 5월30일 대한민국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국민의 부름을 받은 300명의 국회의원이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어떤 생각일까. 확실한 답을 찾지 못했다면 76년 전 제헌국회의 시작점을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헌법을 제정하고 대한독립민주정부를 정립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선배들의 마음을 헤아리길 바란다. 망국의 설움을 딛고 당당히 주권국가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나선 이들의 마음가짐을 살펴 달라. ▼제헌국회 개회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통일의 염원이 있고, 민족애가 있다. 기미년 3·1 국민대회와 임시정부의 계승임을 나무나도 선명히 밝혔다. 주권이 민중에게 있음을 명백하게 전했다. 민생 곤란을 해결하기 위한 경제정책 수립과 평등권을 기초로 한 법률 제정, 동포의 안위를 우선순위에 둔 외교의 과제도 담고 있다. 무익한 이론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엿보인다. 새 국회에서도 당리당략에 따라 갖가지 사안마다 충돌은 불 보듯 뻔하다. 다만 제헌국회의 헌법정신만큼은 기억해 달라. 초심을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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