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참된 역할과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지정된 가정의 달을 맞아 최근 유류분 제도의 일부 내용에 대해 위헌과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헌법재판소 결정과 의미를 소개하고자 한다.
1977년 민법에 신설된 유류분 제도는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당시 아들, 특히 장남에게 상속재산을 물려주던 상황에 장남 이외의 다른 자녀나 가족의 상속권, 생존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농경사회에서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재산 형성에 실제 기여했던 만큼 그 대가를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법적 장치였던 것이다.
유류분 제도는 특정 유족에게만 증여했거나 유언을 남겼더라도 일정 비율의 재산을 다른 유족에게도 물려주게 해 고인의 재산처분 자유와 유증을 받지 못한 유족의 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 헌재 결정 전 유류분의 구체적인 기준을 살펴보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1/2을, 피상속인의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1/3을 유류분으로 인정했는데, 예를 들어 각각의 법정상속분이 1,200만원이면, 직계비속이나 배우자는 600만 원,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는 400만 원을 유류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피상속인 사망 이후 상속재산에 기여한 사실이 없거나 패륜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내게도 법으로 인정되는 유류분이 있으니 재산 일부를 달라”며 유류분반환소송이 끊이지 않았고, 상속법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류분 제도 도입 목적이나 취지와 달리 사회구조, 가족 형태 등이 다양해졌음에도 제도가 전혀 개편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피상속인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됐다.
헌법재판소는 올 4월25일 1) 피상속인 형제자매까지 유류분을 인정한 것은 단순 위헌으로, 2) 유류분 상실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점 및 기여분 규정을 준용하지 않은 점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이로 인해 피상속인 형제자매의 유류분 규정은 즉시 효력을 잃게 됐고, 유류분 상실사유와 기여분 규정에 관한 내용을 내년 말까지 개선 입법하지 않으면 유류분 제도는 전면 폐지되게 된다.
2019년 세상을 떠난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경우 구하라씨가 어린 시절 집을 나간 친모는 구씨가 사망하자 돌연 재산 중 자신의 몫을 요구했고, 재판부는 친모에게 유산 일부(40%)를 인정했다. 양육이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점이 크게 있다고 볼 수 없는 친모에게 상속인 지위를 인정한 셈인데, 현행 민법에 따르면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상속인을 살해한 경우, 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을 방해한 경우, 유언서를 위·변조 또는 파기한 경우 등 5개의 사유에 의한 상속결격자가 되지 않는 이상 상속자격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헌법재판소 입장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패륜가족에 대한 상속을 제한하는 ‘구하라법’과 동일한 취지이며, 나아가 기여 상속 부분을 유류분 청구의 예외로 인정함으로써 고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가족에게 유류분 보장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지 47년 만에 상속법이 개편되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가족과 가정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헌재의 결정은 크게 환영할 만하고,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곧 개원하는 22대 국회는 2025년 12월31일까지 정해진 입법시한을 넘기지 않고 유류분 관련 민법 개정 작업을 서둘러 진행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