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한국 산업을 이끈 강원지역 광산근로자들이 '진폐'로 인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진폐 장해등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진폐 장해등급을 받으면 최소 150만원의 장해연금이 지급되지만 '의증' 환자로 분류되면 연금이 한푼도 지급되지 않는다.
삼척 도계광업소에서 오래전 퇴직한 김매화(86)씨는 방 한켠에 있던 약봉지에서 약을 꺼내며 “탄광에서 마신 석탄가루를 없애는 약인데, 탄가루 때문에 오른쪽 폐도 잘라내 숨이 가쁠때가 많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도계광업소 선탄부로 20년간 일을 한 뒤 폐질환을 앓고 있는 김씨는 해마다 근로복지공단 진폐심의위원회에 진폐산재 등급을 신청하고 있다. 그러나 번번히 진폐장해 등급을 받지 못한 채 '진폐의증'으로만 분류돼 장해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도계광업소에서 20년 동안 갱내 굴착 작업을 한 김수현(77)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수현씨는 “퇴직후 10분만 걸어도 숨이 차서 걷기가 힘들고 말 할때 마다 폐 속에 깊숙이 박힌 석탄냄새가 난다”며 “17년 전 심사에서 의증을 판정받은 뒤 해마다 재심사를 신청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해 등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당수 퇴직 광산근로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재해 인정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사)광산진폐권익연대 및 중앙진폐재활협회에 따르면 진폐 의증 및 정상 판정을 받은 도내 450여명의 환자들이 해마다 장해 등급을 받기 위해 진폐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 진폐 장해 등급을 받는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희탁 (사)중앙진폐재활협회 회장은 “진폐로 인해 평생을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생계가 걸린 일인데 심사위원의 소견이 나뉜다는 이유로 등급을 주지 않고 '의증' 판정을 내리는 불합리한 경우가 많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정연수 강원대학교 교수겸 탄전문화연구소장은 “진폐 15등급을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의증은 없애야 한다”며 “진폐장해심사의 합의판정 의료체계를 없애고 퇴직광부 처우개선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2년 진폐증 및 의증 환자로 숨진 403명 중 절반에 달하는 206명이 강원자치도내에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