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일본 초등교과서 '독도는 日고유 영토' '한국이 불법 점거'…억지주장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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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불법점거 그릇된 인식 주입…미래 한일관계 부정적 영향 우려
"조선인 남성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되고, 후에 징병제가 취해져"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일본 고교 교과서[사진=연합뉴스]

일본 초등학생이 내년도부터 사용할 사회와 지도 교과서에서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과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기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내용 변경이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해결책 발표와 한일 정상회담에 따른 양국의 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초등학교에서 2024년도부터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가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확인한 결과 독도와 관련된 기술이 있는 초등 4∼6학년 사회 9종과 지도 2종 등 총 11종 교과서에서 모두 독도를 일본 영토 '다케시마(竹島)'로 표현했다.

그간 일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독도를 '일본 영토' 또는 '일본 고유영토'로 혼재해 사용됐으나 이번에는 '일본 고유영토'로 기술이 통일된 것이 특징이다.

일본 정부는 독도가 역사적으로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영토가 된 적이 없다'는 의미에서 교과서에서 '고유'라는 표현을 강조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문교출판은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독도에 대해 2019년 검정본에서는 '일본의 영토'라고 적었으나 2023년 검정본에서는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못박았다.

정부 검정 과정에서 '아동이 일본 영토에 대해 오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고 다른 초등학교 교과서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일본의 고유영토'로 따라간 것이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일본 고교 교과서[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지난 2017년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하면서 내린 지침이 적용된 것이다.

학습지도요령은 "다케시마가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을 다룰 것"이라고 지시했고,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다케시마가 불법으로 점거돼 있으며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에 반복해서 항의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의 입장이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도 정당하다는 것을 지도한다"고 지침을 내렸다.

교과서들은 독도와 함께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일본 홋카이도 북쪽의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남쿠릴열도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과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중일 간 영유권 분쟁 지역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해서도 일본의 고유 영토로 명기했다.

도쿄서적은 초등학교 3∼6학년용 지도 교과서에서 독도에 대해 2019년 검정본에서는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 영토이지만 한국에 점거돼 일본이 항의하고 있다"라고 표현했으나 올해는 점거를 '불법 점거'로 바꾸면서 불법성을 강조했다.

도쿄서적은 또 5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독도에 대해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기존 기술을 "70년 정도 전부터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로 바꿨다.

이는 독도가 70년이라는 짧은 기간 일시적으로 한국에 불법적으로 점령당한 일본 영토로 되찾아야 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시각 자료에서도 부각됐다.

◇日 초등 사회 교과서에 "한국, 독도 불법 점거"[사진=연합뉴스]

일본문교출판은 6학년 사회 교과서의 일본 영토와 영해, 영공과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표시한 지도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며 일본의 EEZ와 영해에 포함했다.

이전 검정본에서도 다케시마라는 표기는 같고 그 주변을 일본 영해로 표시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범위가 넓은 EEZ에 넣음으로써 시각적으로도 일본의 영토라는 주장을 명확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교과서들은 새 검정본에서 기존처럼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는 사선으로 경계선을 그어 일본 영토임을 강조했다.

이런 일본의 교과서는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인 일본 초등학생들에게 한국이 독도를 일시적으로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입함으로써 향후 한일 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초등학교 3∼6학년이 사용할 사회 교과서 12종과 3∼6학년이 함께 보는 지도 교과서 2종을 분석한 결과, 징병 관련 기술에서 '지원'을 추가해 강제성이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병'은 국가가 병역 의무자를 강제적으로 징집해 복무시키는 제도를 뜻한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점유율 1위인 도쿄서적은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서 징병됐다"는 기존의 표현을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되고, 후에 징병제가 취해졌다"로 변경했다.

해당 문구가 있는 칼럼 옆 사진의 설명은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에서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바꿨다.

점유율 2위인 교육출판의 6학년 사회 교과서도 "일본군 병사로 징병해 전쟁터에 내보냈다"는 기술에서 '징병해'를 삭제해 "일본군 병사로서 전쟁터에 내보냈다"로 단순화했다.

◇일제 강제동원을 위한 '징병 적령자 기념촬영' 사진[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서적과 교육출판은 새 교과서에서 징병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거나 일부 시기에만 이뤄졌다는 식으로 기술을 변경하고 '지원'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많은 조선인이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참여했고, 일제가 징병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위안부에 관한 내용이 애초에 없고, 징용과 관련된 기술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쿄서적은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적으로 끌려왔다"는 표현에서 '끌려왔다'를 '동원됐다"로 교체했다.

일본 정부는 기존에 '강제연행' 또는 '연행'이 아닌 '징용'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도쿄서적은 뜻이 '연행'에 가까운 '끌려왔다'를 '동원됐다'로 바꿔 정부 방침에 호응하고 의미를 퇴색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문교출판은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올해 100주년이 되는 간토(關東)대지진을 상세히 설명한 칼럼을 들어냈다.

이에 따라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등의 헛소문이 유포돼 많은 조선인이 살해됐다"는 내용이 사라지고, 관련 내용도 대폭 줄었다.

새로운 사회 교과서 중에는 고대사에서 한국이 일본에 미친 영향을 축소하고, 임진왜란에 관한 기술에서 조선 피해와 관련된 부분을 뺀 책도 있었다.

반면 일본문교출판은 일제의 한반도 강제 병합 과정에 "일본의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격렬한 저항 운동을 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한국 관련 기술이 일부 개선된 대목도 있었다.

◇日 초등 사회 교과서에 "한국, 독도 불법 점거"(CG)[연합뉴스TV 제공]

한편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가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온 무리한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제동원 관련 표현 및 서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일 양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미래를 짊어져 나갈 세대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 세대의 교육에 있어 보다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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