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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순 칼럼]선거구 획정, 국회가 정하는 것이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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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인구 변해 4년마다 선거구 조정은 당연
그러나 선거 임박해‘땜질 처방’반복은 곤란
민간 위원회, 선거구 획정하는 것도 한 방법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 총선은 각 지역의 첨예한 이해와 갈등을 객관성과 형평성을 담보한 룰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하는 것이 헌법과 공직선거법의 기본정신이다. 역대 선거에서 항상 반복돼 왔듯이 선거구 획정은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국회에서 전국을 고르게 분할해 각 지역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함에도 국회는 정쟁을 일삼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선거구를 획정해 버렸다. 주민정서와 생활권은 안중에도 없다.

지역정서 생활권 고려해야

강원도는 1996년 15대부터 2020년 4·15 총선까지 24년 동안 선거구가 다섯 번 재조정됐다. 18개 시·군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지역 정서와 생활권을 무시당하며 이리저리 쪼개졌다 묶이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20대와 21대 선거에서는 선거를 40여일을 앞두고 급하게 선거구가 획정됐다. 20대 총선에서는 5개 시·군이 한 선거구가 된 공룡선거구 2곳이 나왔다.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의 면적(5,697㎢)은 서울의 10배, 최소 면적 선거구인 서울 동대문을의 948배에 달했다.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지역구는 군청 소재지만 도는 데도 6시간 이상 걸렸다. 이 때문에 투표 당일까지 후보자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유권자가 태반이었다. 명칭만 있고 유권자는 단 1명도 없는 선거구까지 등장했다. 바로 춘천-철원-화천-양구 갑·을 선거구 중 갑 선거구다. 분구 대상이었던 춘천은 남북으로 나뉘어 강북지역은 철원, 화천, 양구와 합쳐져 을 선거구가 됐다. 춘천 강남지역은 철원, 화천, 양구 유권자는 하나도 없는데 명칭은 춘천-철원-화천-양구 갑 선거구다. 이게 상식적으로 맞는 선거구인가. 선거구 획정을 국회의원들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모든 스포츠는 경기장에서 열린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을 정할 수는 없다.

선거법 협상 발상 전환할 때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는 다르다. 출전 선수와 팀에서 아예 경기장을 제멋대로 재단한다.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하도록 밀가루 반죽 주무르듯 마음대로 한다. 그렇다 보니 충분한 논의를 위해 선거구 획정을 선거일 1년 전까지 결정하도록 한 선거법 명문 규정은 무용지물이다. 뿐만 아니다. 선거가 코앞까지 닥치면 국민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선거구를 불쑥 내놓기 일쑤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본회의에서 전원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전원위원회가 열린다면 20년 만이다. 다만 선거법 개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개편안을 제출하는 것을 전제로 한 만큼 실제로 개최 여부는 정개특위에 달렸다. 이젠 선거구 획정을 위한 선거법 협상에 발상을 바꿔야 할 때다. 그동안 선거법 협상 과정은 극심한 당파적 갈등으로 확립할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합의조차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선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표자를 뽑는 것이기에 다수로 밀어붙여 단숨에 해치워 버릴 사안이 결코 아니다. 대표성 강화에 대한 사전 합의부터 다시 이끌어내야 한다. 총선이 끝난 직후 선거제도를 다시 논의해야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 물론 국가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선거법으로 정국을 혼란스럽게 할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는 다음 선거까지 4년이나 남았으니 이해관계보다는 원칙과 명분을 더욱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시기다. 방법은 또 있다. 선거구 획정 권한을 민간으로 구성된 중립적인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만들어 여기에 일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리고 여기에서 결정된 사항은 반드시 따르도록 해야 한다. 매년 인구가 변하기 때문에 4년마다 선거구를 손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이제 국회가 도시화 및 농어촌 인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선거가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땜질 처방’나서고 있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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