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AFP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사망자 1만1천200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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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질조사국 "사망자 10만명 넘길 수도…경제타격 GDP 최대 6%"
튀르키예 주식시장 패닉 세일에 거래 중단…사흘간 시총 44.1조원 증발

◇튀르키예 남부 광역 하타이 도심이 지진 발생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폐허로 변해 있다. 전날 시리아와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지금까지 양국 사망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하타이 AP=연합뉴스]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8일(현지시간) 현재 사망자가 1만1천200명을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발생 사흘째인 이날 튀르키예에서 사망자가 8천574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시리아에서는 당국과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이 밝힌 것을 합친 사망자 수치가 2천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AFP 통신은 이를 토대로 양국을 합친 사망자는 1만1천200명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사망자가 천명 단위로 늘어나는 등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전망도 점차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8일 펴낸 새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을 넘길 확률을 14%로 추정했다.

사망자가 1만∼10만명일 가능성은 30%, 1천∼1만명은 35%로 내다봤다.

USGS는 "이 지역 주민 상당수가 지진에 취약한 구조물에 거주하고 있다"며 "최근 지진은 산사태와 같은 2차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USGS가 지진 발생 직후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이 넘길 가능성이 0%로 아예 없다고 평가했던 점에서 전망이 훨씬 비관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와 함께 이날 USGS는 이번 지진에 따른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 추정규모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2%에서 6%로 올려잡았다.

USGS는 손실이 100억∼1천억달러(약 12조5천억∼125조원)일 확률을 34%로 가장 높게 예상했으며, 10억∼100억달러(약 1조2천500억∼12조5천억원)에 이를 가능성은 29%로 봤다. 또 1천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24%가량 된다고 평가했다.

USGS는 추정 인명피해와 경제 손실을 각각 '적색 경보'로 표시하면서 "많은 사상자와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적색 경보에는 국가적, 국제적 대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지진 구조 현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튀르키예의 주식시장은 24년만에 처음으로 거래가 중단됐다. 지진 이후 사흘 동안 투자자들이 '패닉 세일'에 나서면서 주가가 폭락해 벤치마크 주가지수인 '보르사 이스탄불(BIST) 전국 100' 지수 종목들의 시총이 350억 달러(44조1천억원) 사라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는 여진의 영향까지 고려할 때 140만명의 아동을 포함한 2천300만명이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가장 큰 피해 지역 중 하나인 튀르키예 하타이주에선 사망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자 시신을 보관할 장소마저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로이터는 하타주의 한 병원 건물 바깥에 수십 구의 시신이 땅에 줄지어 누워 있었다고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대부분의 시신은 시체 운반용 자루에 담겨 있었지만, 일부는 담요나 시트만 덮인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다시 올지 모르는 지진이 두려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거리로 내몰린 시민들은 자가용 차량에서 밤을 보내고, 노숙하며 추운 겨울밤을 지새우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튀르키예 81개 주(州) 가운데 지진 피해를 본 10개 주를 재난 지역으로 설정하고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피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구조 작업이 느리고 인력과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불만과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이날 지진 피해가 큰 남부 지역을 방문해 "지금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지진 이재민 수용 시설[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대형 참사를 일으킨 지진은 6일 새벽 4시 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 지하 17.9㎞에서 발생했다.

규모 7.8의 강진이 시민 대부분이 잠든 새벽 시간대에 덮치며 큰 인명 피해를 낳았다.

이후 9시간 뒤에는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작은 규모의 여진도 잇따르면서 튀르키예에서만 건물 6천여 채가 파괴됐다.

병원과 학교 등 생활 기반 시설이 파괴됐을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지진 발생 만 48시간이 지나 인명구조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필사적인 수색·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튀르키예와 비교해 내전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시리아의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특히 시리아 서북부 지역은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작은 교차로를 통해서만 구호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이 길마저 파괴돼 유엔(UN)은 이날 구호품 이송 중단 조처를 했다.

이에 더해 시리아 정부는 구호 물품을 튀르키예 국경이 아닌 국가를 통해 전달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지원 조치가 추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사회가 앞다퉈 지원 의사를 밝히며 전 세계 65개국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우리나라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이날 오전 6시 57분께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강진이 강타한 튀르키예에 급파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8일(현지시간) 오전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해외긴급구호대(KDR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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