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법원 "곽상도 아들이 받은 50억 뇌물로 보기 어려워"…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벌금 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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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공여' 김만배도 무죄…불법 정치자금 준 남욱 벌금 400만원
곽상도 "정치 보복, 무죄 나오는게 당연…어느정도 결과 예상했다"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곽상도 전 국회의원 아들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퇴직금과 성과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은 뇌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8일 곽 전 의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고 5천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도 무죄를 선고받았고,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함께 기소된 남욱씨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진 이래 핵심 관련자에 대한 사실상 첫 판결이다.

곽 전 의원은 2021년 4월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50억원 중 소득세와 고용보험, 불법으로 볼 수 없는 실질적 퇴직금 등을 제외한 25억원이 뇌물이라고 봤다.

검찰은 작년 11월 30일 결심 공판에서 "25억원은 현직 의원의 뇌물수수 범행 중 직접 취득한 액수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곽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0억여원을 구형했다. 뇌물액 25억여원을 추징해달라고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씨에겐 징역 5년, 남씨에겐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했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재판부는 "곽상도 피고인의 아들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50억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곽상도 피고인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정도 있지만,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병채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이익을 곽상도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제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남씨에게서 현금 5천만원을 받아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로서 기부금을 한도액까지 받은 상태에서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현금을 받았고 수수한 금액이 적지 않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곽 전 의원은 이 돈을 '정치자금이 아닌 변호사 보수'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법률 상담에 따른 대가로서는 지나치게 과다해 정당한 변호사 보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남욱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관련 1심 2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 전 의원은 이날 1심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었다. 무죄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면서 "1년 이상 법정에서 저와 관련된 어떤 얘기도 안 나왔기에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은 "수사기록을 보니 제가 하나은행에 발끝도 안 들였다는 얘기를 참고인들이 다 하는 상황인데도, 제가 하나은행에 뭔가 일을 해줬다는 얘기를 검찰이 언론에 흘려 기사가 되고 제가 구속까지 됐다"며 "그런데도 징역 15년에 벌금 80억원을 구형까지 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 불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큰 검찰 수사만 5번을 받았다"며 "없는 걸 만들어서 이렇게 치졸하게 보복하는데, 정치 보복도 어느 정도껏 해야하지 않겠나. 더는 날조해서 사람 괴롭히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유감을 표했다.

곽 전 의원은 병채씨가 받은 50억원이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선 "저도 법정에서 적게 준 게 아니라고 말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나한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 회사 경영하는 분들의 관점에서 옳다 그르다 판단이 내려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무죄가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유감"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그는 "예비 후보자라도 받아야 할 돈이 있으면 받아야 할 것 아니냐. 일해주고 합리적 보수를 달라는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며 "금액이 '많다 적다'를 따지는 것 같으면 앞으로 전부 얼마를 받을 건지 법원에 물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대장동 사건 관련 주요 일지.

◇ 2021년

▲ 8∼9월 = 언론·국민의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제기

▲ 9월 26일 =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 퇴직금' 논란에 국민의힘 탈당

▲ 9월 29일 =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산하 '전담수사팀' 구성. 검찰, 화천대유, 공사, 김만배 등 관련자 자택 압수수색

▲ 10월 1일 = 검찰,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 체포

▲ 10월 2일 = 곽상도, 의원직 사퇴. 검찰, 곽상도 아들 자택 압수수색

▲ 10월 6일 =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국정감사 중 '50억 클럽' 명단 공개

▲ 10월 19일 =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씨, 국내 귀국 후 검찰 체포

▲ 10월 21일 = 검찰, 유동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 기소.

▲ 11월 3일 = 법원, 김만배·남욱은 구속영장 발부, 정민용은 기각

▲ 11월 11일 = 국회, 곽상도 사직안 의결

▲ 11월 17일 = 검찰, 곽상도 자택과 사무실, 하나은행 압수수색

▲ 11월 22일 = 검찰, 김만배·남욱 특경법상 배임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 정영학도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

▲ 11월 26일 = 검찰, '50억 클럽' 박영수 전 특별검사·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소환

▲ 11월 27일 = 검찰, 곽상도·'재판거래 의혹' 권순일 전 대법관 소환

▲ 11월 29일 = 검찰, 곽상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

▲ 12월 1일 = 법원, 곽상도 구속영장 기각.

▲ 12월 30일 = 검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소환

◇ 2022년

▲ 1월 25일 = 검찰, 곽상도 구속영장 청구

▲ 2월 4일 = 법원, 곽상도 구속영장 발부

▲ 2월 22일 = 검찰, 곽상도 특경법상 알선수재, 특가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김만배 뇌물공여·특경법상 횡령, 남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

▲ 3월 17일 = 법원, 곽상도 1심 재판 시작

▲ 5∼6월 = 검찰 인사 단행으로 '대장동 수사팀' 교체

▲ 8월 8일 = 곽상도, 구속 185일 만에 보석 석방

▲ 9월 26일 = 검찰, '위례 특혜 의혹' 유동규·남욱·정영학 추가 기소

▲ 10월 19일 = 검찰, '불법 대선자금'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

▲ 11월 8일 = 검찰, '8억원대 불법 선거자금 수수' 김용 구속기소. 유동규·남욱, 공여 혐의 추가 기소

▲ 11월 30일 = 검찰, 곽상도에 징역 15년 구형

▲ 12월 9일 = 검찰, '2억4천만원 뇌물수수' 정진상 구속기소

▲ 12월 14일 = 김만배, 극단적 선택 시도

▲ 12월 27일 = 검찰, '1억9천만원 뇌물' 김용 추가 기소

◇ 2023년

▲ 1월 2일 = 검찰, '대장동 수익 275억원 은닉' 이한성·최우향 구속기소

▲ 1월 12일 = 검찰, 김만배·유동규·정민용·남욱·정영학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추가 기소

▲ 1월 28일 = 검찰, '배임 혐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소환

▲ 2월 8일 = 법원, 곽상도 1심 뇌물 무죄·정치자금법 위반 벌금 800만원, 추징금 5천만원 선고. 김만배 무죄, 남욱 벌금 400만원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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