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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반도체’

대한민국 반도체의 역사는 1974년 1월26일 경기도 부천에서 문을 연 한국반도체주식회사부터다. 미국에 거주하던 강기동 박사가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하에 세운 반도체 웨이퍼 가공 대량생산 업체다. 하지만 설립한 지 2개월 만에 자금난으로 문을 닫을 처지가 됐다. 한국반도체는 이후 삼성으로 넘어가 삼성반도체가 됐고 지금의 삼성전자로 이어졌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은 1983년 2월8일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겠다”는 도쿄선언을 했다. 10개월 뒤 기적이 벌어진다. 세계에서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누구도 한국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그렇게 보도했다. 반도체 기술 전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은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까지 만들었다. 반도체 산업은 그렇게 한국 경제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대한민국에 반도체 회사가 설립된 지 50년이 지났다. 이제 반도체 없는 세상은 작동을 멈춘다. 선풍기·전자레인지·세탁기·에어컨·스마트폰.... 일상을 지배하는 기기치고 반도체를 쓰지 않는 제품이 있던가. 인공지능(AI)·로봇·슈퍼컴퓨터를 제쳐 두더라도 반도체 없이는 전력도 생산할 수 없다. 반도체는 전력제어장치의 핵심을 이룬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반도체 최강국이 됐다. 삼성전자가 공급을 중단하면 ‘반도체 쇼크’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삼았다. 김진태 도정은 반도체 산업을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하며 본격적인 반도체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그런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 올 1월 무역적자는 무려 127억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11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다. 자동차·선박 등 다른 주요 품목의 수출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이 반 토막 나면서 나타난 결과다. 반도체 산업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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