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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가격통제의 화(禍)

미국은 1777년 가격 규제의 쓰라린 아픔을 경험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의회는 독립전쟁을 치르고 있는 조지 워싱턴 장군을 돕기 위해 식량과 의류 등 군수물자의 가격통제법을 제정했다. 물가안정과 보급물자의 확보로 전투력을 향상시키자는 법이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자 물가는 폭등했고, 농부들은 식량을 내놓지 않았으며 오히려 적군에게 더 비싼 값으로 팔아 버렸다. 혹한 속에 극심한 식량 부족으로 워싱턴군의 아사자가 속출했다. ▼부대를 처참하게 무력화시킨 공포의 적은 영국군이 아니라 오히려 아군을 위해 만든 가격통제법이었다. 워싱턴의 참패를 교훈 삼아 1778년 대륙 의회는 “재화 가격의 통제는 유효하지 않고 공공서비스를 극도로 악화시키므로,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법령을 제정하지 말자”는 결의까지 했다. ▼정부나 자치단체 할 것 없이 요즘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생필품 가격 등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 1월부터 대중교통 요금이 일제히 오른 강원도에서는 최근 난방비 폭탄까지 터졌다. 특히 정부가 전기와 가스 요금 추가 인상을 추진하고 각 시·군은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을 고민하면서 향후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강원도 내 교통비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2.4%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1998년(19.8%) 이후 24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유류비가 급등하면서 교통비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연료비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1%에 달한다. ▼서민들에게 직격탄인 물가 인상은 법이나 명령으로 쉽게 제어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환상에 빠질 때가 많다. 역대 정부가 매번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도 이런 착각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 전쟁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는가. 시장(Market)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시장에 역행한 정책 실패가 더 큰 화(禍)를 자초한 역사적 사례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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