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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악의 산 높이 만 길/ 하늘에 매달려 쌓인 기운 봉영으로 이어지네/ 천 봉우리 반짝이는 눈 바다해처럼 맑아/ 아스라한 옥경에 제왕들이 모였어라.” 설악산을 그린 김시습의 한시다. ‘봉영’은 진시황이 불사약을 구하러 사신을 보낸 신산이 있는 봉래와 영주다. ▼‘신성한 눈의 산’ 설악. 그렇게 이름 지은 이유는 신동국여지승람에 남아 있다. “한가위에 덮인 눈이 이듬해 하지에 이르러 녹는다 하여 설악이라 한다.” 설악은 설산(雪山), 설봉산(雪峰山), 설화산(雪花山)으로도 불린다. 설악산은 자타가 인정하는 명산이다. 그 명산을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설악산은 한 해 300만명의 등산객이 몰려 탐방로와 동식물 서식지 훼손이 심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면 오히려 케이블카가 환경 훼손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은 관광에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1979년 개혁·개방 초기에 황산(黃山)을 찾아 “관광 자원 개발과 자연환경 보전이 동시에 가능한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산 위에서 즐기되 잠은 반드시 내려와 잔다’는 원칙 아래 1986년부터 황산에 4개 케이블카 노선을 깔았다. 산 정상부에선 돌로 포장된 등산로 통행만 허용한 것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전국 관광 1번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나섰다. 물론 우여곡절이 많았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지방비 예산 투입 근거가 될 ‘지방재정 투자사업 타당성 조사’가 본격화된다. 환경협의가 다음 달 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도 곧장 사업 계획을 종합 검토·평가하는 절차에 착수하는 등 착공을 위한 막바지 단계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 동안 찬반을 놓고 심각한 갈등의 나날을 보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이젠 결말을 내야 할 때다. ‘환경 적폐’ 운운이 아니라 국립공원을 지키고 지역경기를 살리며 멋진 경관도 선사하는 설악산의 명품 케이블카 탄생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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