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삼척 겨울 별미]속풀이 끝판왕 '칼칼' 곰치 입안에서 알이 '톡톡' 도루묵 양념에 '쓱쓱' 밥도둑 가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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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생선의 맛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야말로 입맛을 다시며 바닷가 식당을 찾기에 제격인 시기다. 겨울 한 철에만 맛볼 수 있는 도루묵은 통통하게 알이 차 있고, 산란기 직전 살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가자미는 입 안에서 쫄깃하게 녹아드는 맛을 자랑한다. 겨울이 제철인 곰치를 동해안식 곰삭은 김치에 팔팔 끓여내 먹으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삼척에서 찾을 만한 생선 식당을 소개한다.

#정라횟집=도루묵 구이가 맛있으려면 '때'를 잘 맞춰야 한다. 도루묵은 평소 동해 깊은 바다에 머물지만 초겨울 산란철에만 삼척 일대 해안으로 몰려든다. 이때 잡은 도루묵을 곧장 먹어야 한다. 조금만 늦어도 알이 질겨져 먹기 힘들다. 12~2월까지 1년에 3개월 만 맛볼 수 있으니 더 귀한 맛이다. 삼척 시내에서 41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정라횟집은 도루묵 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구이를 주문하면 오븐에 빠싹 익힌 도루묵이 열 맞춰 식탁에 오른다. 도루묵은 한 마리 크기가 한 뼘이 채 안 될 정도로 자그마하지만 터질 듯 가득 차오른 알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먹어보면 처음 느껴지는 것은 생소한 식감이다. 예상보다 딱딱한 알이 오독오독, 꼬득꼬득 씹히는데 씹을 때마다 번지는 바다내음과 고소함이 중독적이다. 굵은 척추뼈만 제거하고 통째로 먹는 생선살도 별미다. 살짝 태우듯 강한 열기에 구운 도루묵살은 기름이 쪽 빠져 쫄깃하고 담백하다.

#부림해물=가자미찜을 시키면 가자미와 무, 감자, 파가 한 그릇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뼈를 발라 가자미 속살을 맛보자니 비린내가 하나도 없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여기에 감칠맛 나는 양념을 밥에 슥슥 비벼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간장, 물엿, 고춧가루, 마늘 등 특별할 것이 없는 재료처럼 보이지만, 생물을 비린내가 나지 않게 잘 건조시키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김준우(30) 대표와 어머니 김애순씨가 공동 대표로 운영하고 있는 이 곳은 2007년 삼척해수욕장 인근에서 장사를 시작, 2014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이들은 생선이 잘 마르지 않는 습한 여름에는 에어컨과 선풍기를 동원, 생선을 시원하게 말리는데 애쓰고 있다. 직접 개발한 대구김치국에는 손수 담근 김치와 함께 멸치와 새우, 대구 머리로 육수를 내 시원함으로 사랑 받는다. 반찬으로 나오는 가자미 식해도 빼놓을 수 없는 부림해물의 자랑으로, 직접 삭혀 말랑하고도 촉촉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바다횟집=가게 앞에는 ‘곰치 있(없)습니다’라고 팻말을 붙여놓은 것이 눈에 띈다. 오늘은 곰치가 있다는 기분 좋은 팻말을 읽으며 들어가 주문을 하니 주황색의 맑은 곰치국이 나온다. 삼척 지역 곰치국은 곰치와 신김치를 넣어 푹 끓이는 방식이 대세인데, 바다횟집은 여기에 뱃사람이 먹었던 방식 그대로 곰치의 애를 넣어 함께 끓였다고. 곰치는 냉동을 한 후 끓이며 살이 풀어져 버리기 때문에 신선한 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 커다란 뼈를 조심스레 치우며 숟가락으로 곰치를 떠먹자니 살결은 담백하고 또 부드러우며 미끄덩하다. 처음 맛보는 이라면 곰치의 흐물흐물한 식감에 당혹스러울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속풀이에 이만큼 좋은 음식이 없다. 새콤하고 시원하며 또 얼큰한 국물은 어지러운 세상사의 고민을 씻어주는 듯하다. 특히 함께 반찬으로 나온 김치는 대구 머리와 생새우, 멸치 등 동해에서만 나는 재료로 만든 젓갈을 넣어 가득 담겨 독특한 맛이 나는데, 곰치국에 들어간 곰삭은 김치가 맛의 핵심이다.

■꽈배기

삼척은 숨겨진 빵지순례 지역 중 하나다. 특히 꽈배기에 대해서라면 따라올 지역이 없는 대표주자로 꼽힌다. 어쩌다 삼척 꽈배기가 유명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30여년 전 근덕면에 자리잡은 '문화제과'가 시발점이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오늘 날 삼척은 정월대보름이면 지자체 주최 꽈배기경연대회가 열릴 정도로 꽈배기에 '진심'인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 꽈배기 도시답게 삼척 관내에는 전문점만 10여곳에 달한다. 집집마다 각기 다른 맛과 식감을 자랑한다는 점이 삼척 꽈배기의 특징. 이미 유명세를 자랑하는 문화제과 외, 관내 꽈배기집들 중 주민들이 맛집으로 꼽는 두 곳을 찾았다.

#삼척명품찹쌀꽈배기=부드러운 맛의 강자로 주목받는 곳이다. 이곳 꽈배기는 손가락 두 개 굵기의 반죽을 심플하게 한 번 꼬아 만들어 프레첼 모양을 띤다. 갈라진 부분으로 손으로 쭉 찢어 먹으면 되는데, 입에 넣는 순간 폭신한 식감에 놀라게 된다. 반죽결이 솜사탕을 먹는 듯 부드러워 몇 번 씹지 않아도 입안에서 빵이 녹아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장 김영신 씨는 비법으로 그날 만들어 그날 사용하는 반죽과 카놀라유를 꼽는다. 일반 요리유와 비교해 훨씬 비싼 가격에도 카놀라유 사용을 고집한 덕에 하루 보관했다가 먹어도 맛과 향,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근덕이삼척꽈배기 본점=깨끗한 카놀라유를 사용,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특히 10여년이 넘는 기간 제과점에서 일했던 박설아(51)대표의 내공으로 밀가루에 찹쌀가루도 함께 섞어 반죽을 만들어, 튀긴 후 시간이 지나도 기름이 빵 안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고래의 배가 비어있는 듯한 모양의 꽈배기를 한 입 베어물면 입에서 바로 녹기보다는 입 안에서 반죽결대로 찢어지며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꽈배기외에도 찹쌀로 만들어 쫀득쫀득한 찹쌀동그리, 단팥도넛 등을 노란 봉투에 담아오면 마음도 두둑하다.

■지역 예술인 모여드는 카페

#어나더=성악가이면서 부남미술관장을 맡고 있는 서민정(58)씨가 꾸려가고 있는 공간이다. 삼척해수욕장에서 20m 거리 건물 5층에 자리 잡고 있어 커다란 통창으로 닿을 듯 가깝게 보이는 동해바다를 즐길 수 있다. 통창 옆으로 마련된 자그마한 매대에선 일러스트 엽서, 그립톡, 파우치 등 수제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품은 모두 부남예술인협동조합 회원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여행 기념품으로 간직하기 제격이다. 카페 안쪽에는 피아노 한 대가 존재감을 뽐내는데, 마침 이날은 피아니스트 김동희(29)씨가 즉석 연주를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커피 역시 서 원장이 이탈리아 유학 시절 갈고닦은 노하우를 알 수 있는, 깊고 새로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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