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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 상황실, 참사 발생 1시간 14분 전 용산서에 "대형사고 및 위험방지" 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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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서 112실장 "차도로 나오는 인파 인도 위로" 지시

158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1시간 14분 전 서울경찰청 상황실에서 대형사고 위험을 인지하고 용산경찰서에 이태원 일대 질서 관리를 요청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참사 당일 경찰 무전기록에 따르면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근무자는 이태원에서 유사한 안전사고 우려 신고가 들어오는 상황을 파악하고 무전을 통해 "대형사고 및 위험방지 건"이라고 언급했다.

이 근무자는 오후 9시 1분 용산서 112상황실에 "핼러윈 관련해 계속해서 추가 112신고가 들어오는 중"이라며 "우리 지구대, 지역 경찰 근무자를 독려하셔서 이태원 핼러윈 관련해 확인 잘 해주시고 질서 관련 근무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청 112상황실은 이같은 내용의 무전을 치기 직전에 들어온 112신고를 코드 제로(CODE 0·신고 대응 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로 분류하고 용산서에 전달했다.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 인근에서 들어온 이 신고는 "인파가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며 "사람들이 밀리고 사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서울청 112상황실 근무자가 '대형사고'를 예측했지만, 상황관리를 담당하는 간부들은 2시간 넘도록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

정모 당시 서울청 112상황3팀장은 해당 112신고에 코드제로가 발령된 지 2시간 40분이 지난 뒤에야 서울청 상황관리관 당직근무를 하던 류미진 총경에 처음 보고했다.

경찰은 이 신고를 받고 소방당국에 공동대응을 요청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119상황실은 해당 신고자에게 전화해 구급차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지 물은 뒤 '필요 없다'는 답변을 확인하고 통화를 마쳤다.

참사 당일 경찰이 차도로 밀려나오는 인파를 인도로 밀어올리고 무단횡단하는 시민을 통제하면서 참사가 난 골목길의 밀집도를 높인 정황도 나왔다. 이미 오후 6시께부터 압사사고 위험신호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경찰이 정반대로 대처한 셈이다.

현장에 있던 당시 용산서 112상황실장 송병주(51) 경정은 관내 무전을 통해 "경찰관 4명 정도 해밀톤호텔 앞쪽으로 배치해 차도로 나오는 인파를 인도 위로 (올려보내라)"라고 지시했다.

오후 8시 48분에는 "차도로 나와있는 인파들 무단횡단 못하도록 조치 바람"이라고 했고, 2분 뒤 같은 내용의 지시를 반복했다.

당시 근무자들은 "호루라기 불면서 전부 인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강력하게 경고하기 바람"(오후 7시 7분), "차도로 내려오는 인파를 경적 울리면서 인도로"(오후 7시 39분)라며 차도로 밀려나오는 인파를 막는 데 집중했다.

용산서는 서울청으로부터 '대형사고' 언급을 들은 뒤에도 "이태원파출소 건너편 3개 하위차로에 차 아예 고정배치해서 인파가 차도로 못 내려오도록"(오후 9시 23분)이라며 무단횡단을 막고 차도를 확보하려고 애썼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송 경정과 함께 정모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 류미진(50) 총경 등 참사 당일 서울청과 용산서 상황실 근무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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