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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상처, ‘강제징집과 녹화사업’]"대학이 학생 강제 징집 개입·방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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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집담회서 당시 묘사해
학생들 편지 검열 등 관리 정황
주연 군사정부 조연 학교 '합작'

◇강원대 학생시위 (강원일보 자료사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강제징집 및 녹화사업을 당했던 강원지역 대학 출신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한 가운데 강원지역에서 이보다 한발 앞서 진실규명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민주재단이 민주화운동 기록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집담회에서는 40여년전 피해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1981년도에 우리가 동산면으로 수련회를 가면서 81학번에게 사전에 같이 이야기를 할 내용에 대해 편지를 썼는데 그 편지가 다른 곳에서 나왔다. 내가 학생신분이니까 결국은 그 편지가 검열이 되고 그것이 학교로 보내져서 관리를 하는 어떤 차원이 있었다는 얘기지"(2020년 11월14일 강원민주재단 사무실)

24일 강원일보가 입수한 강원민주재단의 '강제징집 및 녹화사업 집담회' 녹취록을 보면 이같은 발언이 나온다. 강제징집 피해자인 최재관씨의 말이다. 당시 대학이 학생들의 강제징집과 녹화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학교에서 의도적이건, 의도적이지 않든 그렇게 적극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한테 관리를 들어갔었던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집담회에 참석한 목진화씨는 "(강제징집은) 학교측의 방조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고, 장형만씨도 "실질적으로 강집의 주연은 당연히 군사정부겠지만 조연은 학교당국에서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담회 후 실제 관련 자료 확인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이들의 의심은 사실로 증명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3일 '강제징집·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국가 최대 51년만에 첫 개인별 진실규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강제징집은 국방부, 병무청, 문교부, 대학의 조직적 합작품"이라며 "이들은 헌법과 법률을 어겨가며 불법으로 대학생들을 집단 수용했다"고 결론내렸다. 이와함께 "국가(국방부, 행안부, 교육부, 병무청)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재방방지책으로 병역법 등을 개정해 권리 보장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강원민주재단은 다음달 9일 이같은 집담회 내용과 강원도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총망라한 '강원도민주화운동사'를 발간할 예정이다.

최윤 강원민주재단 이사장은 "2020년 초부터 시작됐던 진실규명의 노력이 진실화해위원회의 결론으로 조금이나마 결실을 맺었다"며 "앞으로도 강원도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발굴하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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