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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봉화 아연 광산의 기적’

2010년 8월6일, 칠레 대지진의 여파로 인해 발생한 구리 광산 붕괴사고로 지하 700m 아래에 광부 31명, 트럭 운전수 1명, 조수 1명 등 총 33명이 매몰됐다. 언제 구조될지 모르는 불안감, 35도의 더위, 부족한 공기와 물, 붕괴 직전의 암반 등 최악의 조건에서도 69일 만에 모두 무사히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당시 미국·나사(NASA) 등에서는 기술적인 도움을 줬고, 세계 각국의 자원봉사자들은 구조작업에 힘을 보탰다. 지구촌의 한마음이 이뤄낸 기적이었다. ▼‘무 빠(야생 멧돼지)’라는 태국 청소년 축구 클럽 소속 소년 12명과 코치. 이들 13명은 2018년 6월23일 동굴에 들어갔다가 폭우로 고립됐다. 하지만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흙탕물을 헤치고 생존자들을 찾아낸 영국의 다이버들, 마지막 구조 순간까지 곁에서 건강을 돌본 호주 의사, 태국 네이비실 요원들과 미군 구조대원, 전 세계에서 달려온 동굴 잠수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17일 만인 7월10일 모두 구조됐다. 이런 ‘숨은 영웅’들의 노력과 소년들의 용기, 코치의 살신성인 정신이 함께 이룩한 값진 성과였다. ▼이 밖에도 남극 탐험 중 몰살 위기에 처한 대원 27명을 15개월간의 사투 끝에 구조한 어니스트 섀클턴의 집념, 엔진이 고장난 비행기를 강에 비상착륙시켜 승객 150명을 모두 구한 허드슨강의 기적, 험준한 산맥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탑승자 45명 중 생존자 16명이 72일 만에 무사 귀환한 안데스의 기적은 또 어떤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나아가면 그 희망은 현실이 됐다. ▼10월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로 지하 170m에 고립됐던 2명의 광부가 지난 4일 밤 무사히 생환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21시간 만의 기적이다. 당초 사흘이면 매몰 지점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단단한 암석이 많아 작업 속도가 늦어졌다. 그렇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구조대의 노력과 가족들의 염원, 국민의 응원이 경북 아연 광산에서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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