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모운동 들렀다 집필 영감
망경대산 안겨있는 모습 판타지
운탄고도 트레킹 명소로 사랑
평창 출신 이야기꾼 김도연 작가가 2018년에 펴낸 장편소설 ‘마가리 극장(사진)’에는 재미있는 동네가 한 곳 등장한다. 석탄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 탄광촌으로 부를 누리던 영월 모운동이 그곳이다. 가족이 누에로 바뀐다는 상상(누에의 난)이나 반세기에 걸쳐 시공간을 넘나들며 신혼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마지막 정육점)가 김도연 소설 속 에피소드인 점을 감안하면 의심 없이 소설 속 배경을 가상의 공간으로 단정했었다. 개가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니던 시절을 얘기할 때 사람들의 입에 단골로 오르내리던 곳이 태백의 철암이나 정선의 사북 정도였으니 그리 생각했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김도연은 실재(實在)하는 공간을 소설 안으로 데리고 와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도연은 우연히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불리는 영월 모운동에 들렀다가 이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특히 잘나가던 시절 1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살았다는 모운동에 때만 되면 ‘가설 극장’이 열렸다는 한 주민의 증언은 결정적이었다. 그곳에서 상영되던 영화는 서울의 극장들과 거의 동시 개봉으로 선보이는 영화로, 이 최신 영화를 보기 위해 영월읍내 사람들이 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산을 오르고 올라 모운동을 찾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영월의 문화를 선도하는 핫플이었던 셈이다. 모을 모(募) 구름 운(雲), 구름이 모이는 곳이라고 해 모운동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동네는 이름 자체 그리고 소설 속의 설명, 실제 망경대산에 안겨 있는 모습까지 비현실적이어서 소설의 이야기는 그대로 판타지가 된다. 어떻게 저곳에 마을이 생겼을까 싶을 정도의 위치에 자리한 마을이라서 더 소설 같은 모운동은 옛 추억들은 뒤로하고 벽화마을로 또 운탄고도의 명풍 트레킹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미워도 다시 한번,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소설 속 모운동 세 친구가 마가리 극장에서 영사기 옆에 쪼그리고 앉아 본 영화를 추억과 함께 이번 주말 다시 보기 하면 어떨까. 소설의 감성을 느끼려면 먼저 ‘마가리 극장’은 읽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