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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식물의 전략과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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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가을이 찾아왔다. 아침저녁으로 차가워진 날씨가 정치권만큼이나 냉랭하다. 한가위가 지나자 어김없이 찬바람이 들기 시작하더니 단풍 소식과 함께 가을꽃들이 개화하고 있다. 두상화서(頭狀花序)로 피는 국화는 여러 꽃이 꽃대 끝에 머리 모양으로 피어서 한 송이처럼 보인다. 식물분류학자들은 이런 형태의 꽃을 가장 진화된 꽃으로 보며 벌과 나비 등 매개 곤충을 쉽게 많이 유인, 수정시켜 다음 세대를 남기는 전략을 갖고 있다. ▼강원의 대표적 국화과 가을꽃인 구절초는 강원도 산악에 피는 꽃으로 갓 개화한 연분홍 꽃은 수정을 마치면 흰색으로 변해 다른 꽃들의 수정을 돕는다. 식물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갖고 살아간다. ▼윤석열 대통령의 5박7일 해외순방 외교가 국민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조문외교단 모두는 교통통제 상황에서도 조문을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만은 교통통제를 이유로 조문하지 못하고 장례식에만 참석했다. 48초 접견한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도 비속어로 조롱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돼 그 창피함은 국민의 몫이 됐다. 이에 대통령실은 비속어는 대한민국 국회에 대한 욕이고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란 이름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당시 풀단으로 취재한 카메라 기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년9개월여 만에 열린 한일 정상 간 만남도 후폭풍을 맞고 있다. 한국 측은 ‘회담’이라는 용어로 발표했고, 일본 측은 ‘간담’이라는 용어를 쓰며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눈 정도로 격을 낮춰 표현해 의미를 격하했다. 나름 전략을 갖고 살아가는 식물에게 미안하지만 이번 순방 외교는 전략이 사라진 식물외교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따라가기 위해 대충, 대략으로 대응하는 변명이 아니라 세밀하고 정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집권당은 방송 탓으로 책임을 돌릴 게 아니라 설악산에 핀 가을꽃 구절초에서 전략을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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