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구 수몰마을 흔적 드러나
소양강댐 역대 최저수위 근접
양구대교 일원 실개천 변해
사상 최악의 가뭄에 소양강댐 건설 이후 수몰됐던 성황당 나무가 38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1973년 7월1일 이전에는 양구군 남면 하수내리였으나 소양강댐 건설로 수몰된 후 인제군 남면에 편입된 양구대교 인근의 소양호 상류.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최근 소양호 상류가 바닥을 보이면서 수몰 마을인 하수내리의 수호신이었던 성황당 나무 윗가지가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다.
소양강댐 조성 직후였던 1978년 극심한 가뭄에 151.93m로 수위가 내려갔을 당시 잠시 모습을 보인 이후 38년 만이다.
하수내리에서 태어난 이영병(59) 양구군 자치행정과장은 최근 양구대교를 지나다 성황당 나무를 보고 50여 년 전 어린 시절로 기억의 시계를 돌렸다.
모래가 마을을 온통 뒤덮어 과거 모습은 흔적도 없지만 이 과장은 왠지 으스스한 기분에 가까이 가지 못했던 성황당, 겨울철 친구들과 어울려 썰매를 타던 개울, 지게에 나무를 짊어지고 걸어가던 어른들, 초가집 지붕 위로 아스라이 퍼져 나가던 연기의 모습 등이 아스라이 지나갔다.
15일 오전 현재 소양강댐의 수위는 152.53m로 역대 최저 수위에 0.6m가량 근접했고 양구군 남면과 인제군 남면을 연결하는 양구대교 역시 38년만에 교각 맨 아랫부분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소양강댐 준공 이후 1974년부터 여객선 '동부 1호'가 소양강댐 선착장을 출발해 양구읍 석현리, 상·하수내리를 거쳐 인제 신남 선착장까지 운행됐으나 요즘 양구대교 일원은 여객선이 다녔던 곳이라는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실개천으로 변해 있다.
이영병 군 자치행정과장은 “바닥을 드러낸 소양호 상류에서 어린 시절 마을에서 보던 성황당 나무가 앙상한 모습으로 서 있는 걸 보니 애처롭기 짝이 없다”며 “성황당 나무 외에 아무런 자취없이 강 바닥으로 변한 마을에서 어린 시절 뛰어놀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고 말했다.
양구=심은석기자 hsilver@